언론과 CTMS

언론과 CTMS

/소식/언론과 CTMS
2020. 10. 16 기존의 경제학은 돌봄, 청소 등 가사노동의 가치에 주목을 하지 않았다. 가사노동은 시장 거래를 위한 생산이 아니기에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지 않으며 전업주부는 취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가사노동이 ‘보이지 않는 노동’ ‘그림자 노동’으로 폄하돼 불린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사노동의 가치를 배제한 지표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졌다. 가령 전업주부가 가사도우미와 베이비시터로 취업하여 임금을 받으면 이전에는 제외되던 가사노동의 가치가 GDP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가사노동의 ‘긍정적 외부효과’가 폄하된다 주장도 있다. ‘돌봄 경제’를 다룬 책 《보이지 않는 가슴》에서는 “양질의 돌봄은 돌봄을 받는 당사자 외에도 많은 사람에게 여러 이득을 준다”며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공한 자녀를 기르는 부모는 중요한 공공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1985년 유엔은 “여성의 무급노동 기여는 국민계정과 경제통계 등에 반영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통계청은 2018년 처음으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를 발표하고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한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4년 기준 연간 360조7000억원으로 명목GDP의 24.3%를 차지했다. 성별로 보면 1인 기준 남자의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는 연 346만8000원, 여자는 1076만9000원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그만큼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랜 시간 가사노동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부는 2019년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년)을 발표하면서 “돌봄 경제”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가사노동의 영역이었던 노인·장애인·아동 등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늘려 관련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로 만들어 경제적 가치를 키우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 연구원은 “가사노동의 가치 평가는 여성들의 지위 향상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아래는 전지원 책임연구원의 ‘늦맘이어도 괜찮아’ 시리즈 연재물 목록입니다. 1. 고령 출산, 통념을 깨자 – 2018.08.07 30대 중 · 후반에 엄마 되는 ‘늦맘’  …  젊은 엄마보다 좋은 점 있다는 연구 많아 기사 원문 보기 2. 왜 늦맘의 육아 행복도가 높을까 – 2018.08.14 안정적으로 육아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조건 갖춰 기사 원문 보기 3. ‘천만이 엄마, 아빠’를 진실로 응원하려면 – 2018.09.04 건강한 30대 중 · 후반 여성, 90%가 임신 성공 …  난임부부 “주변 채근이 가장 스트레스” 기사 원문 보기 4. 늦맘은 고학력 · 전문직이고 부유하다? – 2018.10.09 고학력 맞지만 주택 보유 비율 낮고 경력단절 위험 커 기사 원문 보기 5. 고령 산모니까 제왕절개 해야 한다? – 2018.11.09 순산체조 등 준비 잘하면 40대에도 자연분만 가능 기사 원문 보기 6. ‘모유 수유’, 그 낯선 전쟁에 대하여 – 2018.12.07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2주 고생하면 수월해져 기사 원문 보기 7. 아기가 사라져간다? 우리가 진짜로 잃어버린 것 – 2019.01.07 배려하는 부부가 둘째 출산 계획하듯, 사회적 배려 절실 기사 원문 보기 8. 자녀 땜에 시간 뺏겨도 “난 행복해” – 2019.03.04 미취학 자녀 둔 부모 절반가량 자유시간 부족 느끼지만 삶 만족도는 미혼보다 훨씬 높아 기사 원문 보기 9. 엄마가 진실로 미안해야 하는 것 – 2019.04.09 ‘Mom Guilt’는 세계 공통…돌봄과 안전 책임지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 기사 원문 보기 10. 엄마의 사춘기 ‘마트레센스’ – 2019.05.07 호르몬 변화와 함께 상반된 감정 겪는 시기 …   “스트레스에 솔직하게 대처하라” 기사 원문 보기 11.“적어도 하나는 낳아야지” 하지 말아요 – 2019.06.03 출산 권하기 전, 굳건한 지지와 세심한 배려할 준비됐나 살펴봐야 기사 원문 보기 12. 일본 위미노믹스의 그늘 – 2019.07.29 “여성이 빛나게 하겠다”던 아베, 여성의 일 ·  육아 부담 가중시켜 기사 원문 보기 13. 늦맘이 더 오래 산다 – 2019.09.02 100세 이상 살 확률 4.5배 높아 …  자녀 위해 ‘노화의 불리함’ 극복 의지 투철 기사 원문 보기 14. 엄마의 외로움을 모른 척 말아요 – 2019.10.07 출산 후 “세상과 단절된 것 같다” 호소 많아 기사 원문 보기 15. ‘79년생 정대현’을 아시나요 – 2019.10.28 아빠가 겪는 산후우울증도 가볍지 않아   …   가족 부양 부담과 시간 부족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 기사 원문 보기 16. 일과 육아의 ‘어중간함’에 대하여 – 2019.11.25 사무실 불 켜놓고 퇴근하는 ‘속사정’ 생기지 말아야 기사 원문 보기 17. 조부모의 ‘손주 돌봄’, 사회적 가치 생각 해야 할 때 – 2019.12.27 영국은 ‘손주 육아’를 연금 기여 기간에 포함시켜 노동 가치 인정 기사 원문 보기 18. 찰라의 감동 긴~ 짜증, 그래도 나는 기쁘게 키운다 – 2019.02.07 경험한 사람만 아는 육아의 ‘특별한 기쁨’을 통계가 어찌 알리오 기사 원문 보기 19. 육아의 고난에는 시효가 있다 – 2020.02.04 아이는 무럭무럭 커나갈 뿐 다시 아기가 되진 않는다 기사 원문 보기 20. 코로나發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육아생활 – 2020.03.23 “영상회의 때 자녀 등장 괜찮다”는 작은 배려의 시그널 많아져야 기사 원문 보기 21. 여성 의존형 돌봄, 남성 휴가 늘어야 코로나 극복한다 – 2020.04.21 팬데믹 필수인력, 여성이 절반 이상…정상적 사회 작동 위해서라도 ‘돌봄의 뉴노멀’ 준비해야 기사 원문 보기 22. ‘나 하나쯤이야’ 위험성 일깨운 코로나 – 2020.05.19 상호 인내와 배려 절실한 시점… “혼자만의 건강은 불가능” 기사 원문 보기 23. 산모 3명 중 1명이 ‘늦맘’, 고단함 줄여줄 시스템 시급 – 2020.06.14 기사 원문 보기
칼럼
2020. 02. 12 그간 돌봄정책은 ‘워킹맘’의 육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점차 ‘일하는 아빠’들에게로 제도 적용이 확장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육아 여성과 전문가들은 ‘양육자에게만 유연한 업무 환경이 주어진다면 낙인효과로 인해 직장 내 차별과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선임연구원은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 특혜가 가는 구조여선 안된다. 미·비혼인 사람도 자기 자신이나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면 모두가 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에서 열린 ‘돌봄의 가치와 포용사회’ 학술회의에서 엘리자베스 킹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더 많은 여성이 고용시장에 참여하길 바라지만 동시에 엄마,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혹은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돌보는 것이 유급돌봄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다는 점도 안다”며 “각 사회와 가족마다 상황과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답은 가능한 한 많은 가능성과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돌봄 연구자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며 당연시돼온 돌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려는 시도도 그중 하나다. 미국 아메리칸대 경제학과의 마리아 플로로 교수 연구팀은 2018년 베를린에서 열린 ‘돌봄노동과 경제’ 학술대회에서 자체적인 거시경제모델을 활용해 한국의 무급 돌봄노동의 가치를 2009년 3067억달러, 2014년 3902억달러로 잠정 도출한 결과를 공개했다. 플로로 교수는 지난해 10월 서울대에서 열린 ‘돌봄의 가치와 포용사회’ 학술회의에선 “돌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유·무급 돌봄부문을 모두 포함해 전체 돌봄경제 규모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돌봄에 대한 공공투자와 고용창출, 보다 높은 생산성, 경제성장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
기사
2019. 12. 05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센터장 은기수)의 전지원·문현아 박사 등 연구진과 한국갤럽이 노인 돌봄가족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한 달 기준으로 정부 제공 서비스나 사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까’란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 사람이 66.8%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은 질 높은 돌봄이 불가능한 열악한 노동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라 연구진과 한국갤럽은 요양보호시설에서 일하거나 방문서비스(재가)로 일하는 돌봄노동자 약 300명을 별도로 설문조사했다. 평균 나이 54.5세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여성들이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설문에는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돌봄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겨우 버티듯 일하고 있다는 것은 돌봄 대상자들에게도 양질의 돌봄이 제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낮은 인건비를 올리려면 국가가 요양기관 운영에 더 개입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장은 “중앙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지자체가 민간기관 운영에 더 개입해 요양보호사들이 ‘돌봄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 틀에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돌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전지원 박사는 “돌봄에 들어가는 국가적 비용을 교육과 마찬가지로 사회 경쟁력을 기르는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한국의 경우 앞으로 ‘돌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기사
2019. 11. 26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센터장 은기수)의 전지원·문현아 박사 등이 수행한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조사’ 연구를 보면, 가족 내에서 주돌봄자를 맡게 된 구성원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 근처에 살고 있는 가족 중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주돌봄자가 된다. 하지만 가족 내 위치와 성별을 살펴보면 주돌봄자가 되는 과정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았다. 연구진은 돌봄전담자의 85%가 여성인 것을 알아냈고 문현아 박사는 “우리 사회는 가족 내에서 누가 돌봄을 담당해야 하는지 합의한 적이 없는데,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가족 내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여성들이 노인돌봄을 전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센터의 전지원·문현아·차승은·강은혜 박사 등은 가족이 짊어지고 있는 노인과 아동 돌봄의 어려움을 파악해 돌봄과 관련된 정책 제안점을 내놓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약 11개월 동안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조사’ 연구를 수행했다. 노인·아동 돌봄 전담자 1000여명(각각 500여명)을 설문조사하고 이 중 100여명을 심층인터뷰해서 돌봄시간, 돌봄노동의 종류, 심리상태 등을 파악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아래로는 아이돌봄, 위로는 노인돌봄을 하는 ‘이중돌봄’을 흔하게 겪는다. 연구진이 심층인터뷰한 노인돌봄 전담자의 사연들에는 이러한 현실이 잘 드러나며 자세한 인터뷰는 해당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문현아 박사는 지난 13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돌봄은 가족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말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가족들이 다 떠맡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가족을 돌보다가 깊은 우울감을 겪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잃었다고 느끼면서도 가족을 돌봤다.” 라며 “우선은 정부가 지원하는 돌봄서비스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만 돌봄 때문에 온 집안이 다 망가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은 가족이 아닌 제3자가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측면 때문이다. 문 박사는 “인터뷰하면서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돌보는 일이 굉장히 가치 있고 전문적인 일이라는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무급 돌봄 전담자인 가족들 중에는 그렇게 말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박사는 “친밀감이 혈연 중심으로만 형성되는 사회 분위기가 변화해야 돌봄의 사회화가 이뤄지고 국가가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세계적인 여성운동가인 카비타 R. 람다스를 10월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났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내 국제학연구소 산하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가 새로 설립됐는데, 여기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곳이 오픈소사이어티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OSF)이다. 지난해 8월 여성권리(Women’s Rights) 프로그램 디렉터로 OSF에 합류한 람다스가 이번 지원을 주도했다. 람다스가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권리 프로그램은 3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첫째,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되찾는 활동이다. 성적 권리, 출산할 권리, 낙태 및 폭력 문제 등 국가와 사회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둘째, 돌봄(care) 이슈다. 국내총생산(GDP)에 돌봄 비용이 반영되지 않을 정도로 돌봄 노동은 보이지도, 측정되지도 않는다. 이를 바꾸고자 한다. 셋째, 다양한 여성운동을 지원한다. 그녀는 “한국이 돌봄 이슈를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보듯 돌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성평등 및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한국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각자 자녀와 노쇠한 부모의 돌봄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본다. 이는 위기고, 위기는 기회다. 한국이 찾아낸 해결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여성권리 프로그램의 연간 예산은 530만 달러(약 61억 원)로 적은 편이어서,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거둬야 한다. 그래서 한국을 찾아왔다. 한국을 돕겠다는 게 아니라, 한국의 사회학자, 경제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고자 한다.” 라고 말하며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와의 협업을 기대했다. 또 람다스는 페미니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데 “내게 페미니즘이란 양다리 사이에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귀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젠더 갈등은 결국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남성은 곧 여성이 미워하거나 적대시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낳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남녀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도구가 측은지심(tools with compassion)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인터뷰
2020. 10. 16 기존의 경제학은 돌봄, 청소 등 가사노동의 가치에 주목을 하지 않았다. 가사노동은 시장 거래를 위한 생산이 아니기에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지 않으며 전업주부는 취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가사노동이 ‘보이지 않는 노동’ ‘그림자 노동’으로 폄하돼 불린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사노동의 가치를 배제한 지표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졌다. 가령 전업주부가 가사도우미와 베이비시터로 취업하여 임금을 받으면 이전에는 제외되던 가사노동의 가치가 GDP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 가사노동의 ‘긍정적 외부효과’가 폄하된다 주장도 있다. ‘돌봄 경제’를 다룬 책 《보이지 않는 가슴》에서는 “양질의 돌봄은 돌봄을 받는 당사자 외에도 많은 사람에게 여러 이득을 준다”며 “행복하고 건강하고 성공한 자녀를 기르는 부모는 중요한 공공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1985년 유엔은 “여성의 무급노동 기여는 국민계정과 경제통계 등에 반영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통계청은 2018년 처음으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를 발표하고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한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2014년 기준 연간 360조7000억원으로 명목GDP의 24.3%를 차지했다. 성별로 보면 1인 기준 남자의 가사노동 경제적 가치는 연 346만8000원, 여자는 1076만9000원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그만큼 여자가 남자보다 더 오랜 시간 가사노동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정부는 2019년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년)을 발표하면서 “돌봄 경제”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가사노동의 영역이었던 노인·장애인·아동 등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늘려 관련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로 만들어 경제적 가치를 키우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 연구원은 “가사노동의 가치 평가는 여성들의 지위 향상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아래는 전지원 책임연구원의 ‘늦맘이어도 괜찮아’ 시리즈 연재물 목록입니다. 1. 고령 출산, 통념을 깨자 – 2018.08.07 30대 중 · 후반에 엄마 되는 ‘늦맘’  …  젊은 엄마보다 좋은 점 있다는 연구 많아 기사 원문 보기 2. 왜 늦맘의 육아 행복도가 높을까 – 2018.08.14 안정적으로 육아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조건 갖춰 기사 원문 보기 3. ‘천만이 엄마, 아빠’를 진실로 응원하려면 – 2018.09.04 건강한 30대 중 · 후반 여성, 90%가 임신 성공 …  난임부부 “주변 채근이 가장 스트레스” 기사 원문 보기 4. 늦맘은 고학력 · 전문직이고 부유하다? – 2018.10.09 고학력 맞지만 주택 보유 비율 낮고 경력단절 위험 커 기사 원문 보기 5. 고령 산모니까 제왕절개 해야 한다? – 2018.11.09 순산체조 등 준비 잘하면 40대에도 자연분만 가능 기사 원문 보기 6. ‘모유 수유’, 그 낯선 전쟁에 대하여 – 2018.12.07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2주 고생하면 수월해져 기사 원문 보기 7. 아기가 사라져간다? 우리가 진짜로 잃어버린 것 – 2019.01.07 배려하는 부부가 둘째 출산 계획하듯, 사회적 배려 절실 기사 원문 보기 8. 자녀 땜에 시간 뺏겨도 “난 행복해” – 2019.03.04 미취학 자녀 둔 부모 절반가량 자유시간 부족 느끼지만 삶 만족도는 미혼보다 훨씬 높아 기사 원문 보기 9. 엄마가 진실로 미안해야 하는 것 – 2019.04.09 ‘Mom Guilt’는 세계 공통…돌봄과 안전 책임지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 기사 원문 보기 10. 엄마의 사춘기 ‘마트레센스’ – 2019.05.07 호르몬 변화와 함께 상반된 감정 겪는 시기 …   “스트레스에 솔직하게 대처하라” 기사 원문 보기 11.“적어도 하나는 낳아야지” 하지 말아요 – 2019.06.03 출산 권하기 전, 굳건한 지지와 세심한 배려할 준비됐나 살펴봐야 기사 원문 보기 12. 일본 위미노믹스의 그늘 – 2019.07.29 “여성이 빛나게 하겠다”던 아베, 여성의 일 ·  육아 부담 가중시켜 기사 원문 보기 13. 늦맘이 더 오래 산다 – 2019.09.02 100세 이상 살 확률 4.5배 높아 …  자녀 위해 ‘노화의 불리함’ 극복 의지 투철 기사 원문 보기 14. 엄마의 외로움을 모른 척 말아요 – 2019.10.07 출산 후 “세상과 단절된 것 같다” 호소 많아 기사 원문 보기 15. ‘79년생 정대현’을 아시나요 – 2019.10.28 아빠가 겪는 산후우울증도 가볍지 않아   …   가족 부양 부담과 시간 부족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 기사 원문 보기 16. 일과 육아의 ‘어중간함’에 대하여 – 2019.11.25 사무실 불 켜놓고 퇴근하는 ‘속사정’ 생기지 말아야 기사 원문 보기 17. 조부모의 ‘손주 돌봄’, 사회적 가치 생각 해야 할 때 – 2019.12.27 영국은 ‘손주 육아’를 연금 기여 기간에 포함시켜 노동 가치 인정 기사 원문 보기 18. 찰라의 감동 긴~ 짜증, 그래도 나는 기쁘게 키운다 – 2019.02.07 경험한 사람만 아는 육아의 ‘특별한 기쁨’을 통계가 어찌 알리오 기사 원문 보기 19. 육아의 고난에는 시효가 있다 – 2020.02.04 아이는 무럭무럭 커나갈 뿐 다시 아기가 되진 않는다 기사 원문 보기 20. 코로나發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육아생활 – 2020.03.23 “영상회의 때 자녀 등장 괜찮다”는 작은 배려의 시그널 많아져야 기사 원문 보기 21. 여성 의존형 돌봄, 남성 휴가 늘어야 코로나 극복한다 – 2020.04.21 팬데믹 필수인력, 여성이 절반 이상…정상적 사회 작동 위해서라도 ‘돌봄의 뉴노멀’ 준비해야 기사 원문 보기 22. ‘나 하나쯤이야’ 위험성 일깨운 코로나 – 2020.05.19 상호 인내와 배려 절실한 시점… “혼자만의 건강은 불가능” 기사 원문 보기 23. 산모 3명 중 1명이 ‘늦맘’, 고단함 줄여줄 시스템 시급 – 2020.06.14 기사 원문 보기
칼럼
2020. 02. 12 그간 돌봄정책은 ‘워킹맘’의 육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점차 ‘일하는 아빠’들에게로 제도 적용이 확장되는 추세다. 그럼에도 육아 여성과 전문가들은 ‘양육자에게만 유연한 업무 환경이 주어진다면 낙인효과로 인해 직장 내 차별과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선임연구원은 “아이가 있는 사람에게 특혜가 가는 구조여선 안된다. 미·비혼인 사람도 자기 자신이나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면 모두가 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에서 열린 ‘돌봄의 가치와 포용사회’ 학술회의에서 엘리자베스 킹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더 많은 여성이 고용시장에 참여하길 바라지만 동시에 엄마,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혹은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돌보는 것이 유급돌봄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기 어렵다는 점도 안다”며 “각 사회와 가족마다 상황과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답은 가능한 한 많은 가능성과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돌봄 연구자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며 당연시돼온 돌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추산하려는 시도도 그중 하나다. 미국 아메리칸대 경제학과의 마리아 플로로 교수 연구팀은 2018년 베를린에서 열린 ‘돌봄노동과 경제’ 학술대회에서 자체적인 거시경제모델을 활용해 한국의 무급 돌봄노동의 가치를 2009년 3067억달러, 2014년 3902억달러로 잠정 도출한 결과를 공개했다. 플로로 교수는 지난해 10월 서울대에서 열린 ‘돌봄의 가치와 포용사회’ 학술회의에선 “돌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유·무급 돌봄부문을 모두 포함해 전체 돌봄경제 규모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돌봄에 대한 공공투자와 고용창출, 보다 높은 생산성, 경제성장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
기사
2019. 12. 05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센터장 은기수)의 전지원·문현아 박사 등 연구진과 한국갤럽이 노인 돌봄가족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근 한 달 기준으로 정부 제공 서비스나 사설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까’란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한 사람이 66.8%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은 질 높은 돌봄이 불가능한 열악한 노동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 결과에 따라 연구진과 한국갤럽은 요양보호시설에서 일하거나 방문서비스(재가)로 일하는 돌봄노동자 약 300명을 별도로 설문조사했다. 평균 나이 54.5세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여성들이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설문에는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돌봄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겨우 버티듯 일하고 있다는 것은 돌봄 대상자들에게도 양질의 돌봄이 제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요양보호사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낮은 인건비를 올리려면 국가가 요양기관 운영에 더 개입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장은 “중앙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지자체가 민간기관 운영에 더 개입해 요양보호사들이 ‘돌봄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 틀에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돌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전지원 박사는 “돌봄에 들어가는 국가적 비용을 교육과 마찬가지로 사회 경쟁력을 기르는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한국의 경우 앞으로 ‘돌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기사
2019. 11. 26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센터장 은기수)의 전지원·문현아 박사 등이 수행한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조사’ 연구를 보면, 가족 내에서 주돌봄자를 맡게 된 구성원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 근처에 살고 있는 가족 중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주돌봄자가 된다. 하지만 가족 내 위치와 성별을 살펴보면 주돌봄자가 되는 과정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았다. 연구진은 돌봄전담자의 85%가 여성인 것을 알아냈고 문현아 박사는 “우리 사회는 가족 내에서 누가 돌봄을 담당해야 하는지 합의한 적이 없는데, 돌봄은 여성의 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가족 내에서도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여성들이 노인돌봄을 전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센터의 전지원·문현아·차승은·강은혜 박사 등은 가족이 짊어지고 있는 노인과 아동 돌봄의 어려움을 파악해 돌봄과 관련된 정책 제안점을 내놓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약 11개월 동안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조사’ 연구를 수행했다. 노인·아동 돌봄 전담자 1000여명(각각 500여명)을 설문조사하고 이 중 100여명을 심층인터뷰해서 돌봄시간, 돌봄노동의 종류, 심리상태 등을 파악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아래로는 아이돌봄, 위로는 노인돌봄을 하는 ‘이중돌봄’을 흔하게 겪는다. 연구진이 심층인터뷰한 노인돌봄 전담자의 사연들에는 이러한 현실이 잘 드러나며 자세한 인터뷰는 해당 기사에서 볼 수 있다. 문현아 박사는 지난 13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돌봄은 가족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말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가족들이 다 떠맡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가족을 돌보다가 깊은 우울감을 겪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잃었다고 느끼면서도 가족을 돌봤다.” 라며 “우선은 정부가 지원하는 돌봄서비스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만 돌봄 때문에 온 집안이 다 망가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은 가족이 아닌 제3자가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측면 때문이다. 문 박사는 “인터뷰하면서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돌보는 일이 굉장히 가치 있고 전문적인 일이라는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무급 돌봄 전담자인 가족들 중에는 그렇게 말한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 박사는 “친밀감이 혈연 중심으로만 형성되는 사회 분위기가 변화해야 돌봄의 사회화가 이뤄지고 국가가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
세계적인 여성운동가인 카비타 R. 람다스를 10월 2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났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내 국제학연구소 산하에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가 새로 설립됐는데, 여기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 곳이 오픈소사이어티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OSF)이다. 지난해 8월 여성권리(Women’s Rights) 프로그램 디렉터로 OSF에 합류한 람다스가 이번 지원을 주도했다. 람다스가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권리 프로그램은 3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첫째,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되찾는 활동이다. 성적 권리, 출산할 권리, 낙태 및 폭력 문제 등 국가와 사회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둘째, 돌봄(care) 이슈다. 국내총생산(GDP)에 돌봄 비용이 반영되지 않을 정도로 돌봄 노동은 보이지도, 측정되지도 않는다. 이를 바꾸고자 한다. 셋째, 다양한 여성운동을 지원한다. 그녀는 “한국이 돌봄 이슈를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보듯 돌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양성평등 및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한국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각자 자녀와 노쇠한 부모의 돌봄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본다. 이는 위기고, 위기는 기회다. 한국이 찾아낸 해결책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여성권리 프로그램의 연간 예산은 530만 달러(약 61억 원)로 적은 편이어서,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거둬야 한다. 그래서 한국을 찾아왔다. 한국을 돕겠다는 게 아니라, 한국의 사회학자, 경제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배우고자 한다.” 라고 말하며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와의 협업을 기대했다. 또 람다스는 페미니즘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데 “내게 페미니즘이란 양다리 사이에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라, 귀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젠더 갈등은 결국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남성은 곧 여성이 미워하거나 적대시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낳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남녀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도구가 측은지심(tools with compassion)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