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언론기사

/소식/언론기사
회원님, 부모님이 치매나 중풍, 고혈압 등으로 옷 갈아입기, 식사, 대소변 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해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오더라도 나머지 시간에는 가족 누군가가 돌봐야 합니다. 예전에는 며느리 몫이었지요. 10년 새 주수발자가 크게 변했답니다. 오늘은 달라진 부모 수발 실태를 전합니다.   지난달 중순 한 방송의 예능 프로에서 젊은 부부가 홀어머니 케어를 두고 부딪혔다. 남편은 홀어머니를 잘 찾지 않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표했고, 아내는 "우리 엄마·아빠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잖아"라고 맞섰다. 방송인 안선영이 “남편 본인이 전화해야지, 결혼과 동시에 왜 효도를 와이프에게 시키려고 하나. 기대려는 순간 가정불화가 된다”고 말했다. 모델 겸 가수 홍진경이 "홀어머니 밑에 자란 아들은 엄마가 짠할 수 있다"고 하자 안선영은 "나도 홀어머니와 자랐지만 남편한테 (대리효도를) 안 시킨다"고 말했다. 안선영은 "한국에 3대 셀프가 있다"며 물·단무지·효도를 꼽았다.   '셀프 효도'는 각자가 알아서 효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사원 이모(36)씨는 시댁에 거의 안 간다. 연간 2~3회 안부 전화를 한다. 대신 자기 부모는 잘 챙긴다. 남편(40)도 비슷하다. 처가에 잘 안 가고 생일 등을 안 챙기지만 자기 부모에게 선물을 주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이씨는 신혼 때 시어머니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완곡하게 거부했다. 이씨는 "효도는 셀프"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우리 부모한테는 제대로 안 하면서 왜 시부모 챙기기를 강요하나. 자기가 하면 되지"라고 말한다. 이런 세태의 변화가 '셀프 돌봄' '셀프 수발'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생활이 어려운 부모(또는 배우자)를 돌보는 가족 중 큰며느리의 비율이 2011년 12.3%에서 지난해 10.7%로, 작은며느리는 3.8%에서 1.8%로 줄었다. 같은 기간 딸은 10.3%에서 18.8%로 크게 늘었다. 10년 전 주수발자가 배우자-며느리-아들-딸 순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배우자-딸-아들-며느리 순으로 바뀌었다.   전남에 사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92)의 주수발자 역할을 한다. 어머니가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고 병원에 가거나 나들이할 때 동행한다. 서울에 사는 오빠 이모(63)씨는 한두 달마다 내려온다. 오빠 이씨는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싶지만, 아내(59) 반대에 부닥쳐있다. 아내는 2년 여전 친정어머니가 숨지기 전까지 간병하고, 자주 방문했다. 셀프 수발의 예이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문현아 책임연구원과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부교수가 지난해 3월 발표한 '가족의 노인 돌봄 경험과 딜레마' 논문을 보면 가족 돌봄(27명)의 현실을 알 수 있다.  "부모님이 아프면 딸이 하는 게 맞아요. 왜냐하면 며느리의 부모가 아니잖아. 며느리에게 뭘 요구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아버지를 돌보는 딸(53)의 말이다. 다른 수발자 딸(50)은 "그걸(수발)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중략) 네 부모는 네가 챙기고 내 부모는 내가 챙기고, 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노인정책연구센터장은 "며느리 수발이 많이 감소하고 딸이 많이 늘고 있다. 아들도 부모 돌봄에 꽤 참여한다"며 "부부가 각자의 부모를 수발하는 식으로 '효도도 셀프'로 달라진다"고 말했다.   장남이 주수발자인 비율이 8.2%(2011년 노인실태조사)→14.3%(2014년)→9.7%(2017년)→9.9%(2020년)로 별 변동이 없다. 서울대 논문에서 어머니를 보살피는 아들(52)은 "그냥 기계적으로 하는 거예요. 이게 나의 희생이고, 이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가족 내 노인돌봄현황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도 가족 돌봄의 문제점이 담겨있다. 정년퇴직한 아들이 주수발자로 나선다. 어머니를 수발하는 아들(62)은 "제가 정년퇴직했고,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어머니 집에서 잔다"고 말했다. 비혼(非婚) 딸이 수발자로 떠밀리기도 한다. 암 환자 아버지를 모시는 딸(41)은 "언니·오빠가 멀리 산다. 제가 미혼이라서 (수발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한 명만 좀 고생하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돌보는 65세 딸은 "며느리들이 신경을 안 쓴다. 어머니가 어떤 치료 받는지 관심 밖이다. 아들은 가끔 외식 대접하면 끝"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마지막 돌봄 보루인 딸"이라고 평가했다.  주수발자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어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돌보다 우울증이 생겼고 조울증으로 악화했다. 가족 갈등은 예사다. 여성정책연구원 연구팀이 노부모 수발자 612명을 인터뷰했더니 36.1%에게 가족 중 부돌봄자, 즉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소위 '독박 수발'이다. 문현아 박사는...
기사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돌봄’을 비용이 아닌 ‘사회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CTMS)와 한국갤럽이 지난 3월 만 0세~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엄마 20.2%가 코로나19 이후 회사를 관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두 아들을 둔 유모(39)씨는 지난해 7월 사표를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길어져 아이들의 정상 등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다. 지난 2019년 해외 파견을 나간 남편 대신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버텨봤으나 역부족이었다. 마케팅 업종에서 13년간 일한 유씨는 결국 일을 그만둔 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명 중 3명 “코로나 길어지면 휴직” 전문가들, 인프라 마련 필요성 지적 “비용 아닌 투자, 지속 성장 뒷받침” 스티글리츠 “운송 인프라만큼 중요” 반면 우루과이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안드레아(Andrea·43)는 계속 경력을 쌓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지만, 원격 수업 시스템이 잘 돼 있고 재택근무를 해 문제가 없었다. 레티샤(Leticia·34) 역시 남편과 함께 재택근무를 하며 큰아들(9)과 작은아들(7)을 돌봤다. 우루과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돌봄 정책의 하나로 원격 수업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3월 14일 모든 교육기관이 문을 닫자 학교 급식을 먹는 아이를 대상으로 매일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우루과이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돌봄 위한 사회적 투자를 지속한 성과가 팬데믹 때 드러났다”며 “우루과이는 주변 남미 국가보다 여성취업률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미미했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우루과이의 2분기 취업률은 전 분기에 비해 2.8%p 감소에 그쳐 남미국가 평균 -9.2%p의 3분의 1수준이었다.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픽=김은교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이후 ‘돌봄’을 비용이 아닌 ‘사회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CTMS)와 한국갤럽이 지난 3월 만 0세~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엄마 20.2%가 코로나19 이후 회사를 관뒀다. 이들 가운데 49.2%는 사직 이유를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설문에 따르면 회사에 다니는 엄마의 52.4%, 아빠의 33.4%는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휴직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엄마 32.2%, 아빠의 19.6%였다. 돌봄 지원에 투자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CTMS)와 한국갤럽이 지난 3월 만 0세~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엄마 20.2%가 코로나19 이후 회사를 관뒀다. 이들 가운데 49.2%는 사직 이유를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서울대 CTMS는 미국 아메리칸 대학 글로벌 연구팀(CWE-GAM))과 함께 돌봄 경제 투자와 성 평등이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델을 개발해 분석했다. 한 국가 차원에서 돌봄의 경제적 효과를 정량분석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도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22~2030년 아동 돌봄이나 노인 돌봄에 연간 3조4000억원(GDP 대비 0.15%)을 투자하면 각각 여성의 유급 노동시간을 0.6%, 1.1% 늘려 매년 4조8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지원 서울대 책임연구원은 “아동과 노인 분야 투자는 매년 각각 7만8000개, 13만7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한 해 신규 일자리가 20~30만개인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에 투자하면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가능하고 이는 생산과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돌봄 경제를 교통망 확충이나 국가 기반 시설 같은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석학도 돌봄 경제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조셉 스티글리츠(왼쪽)와 마크 말록 브라운.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는 “우리는 지금까지 돌봄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려고만 하며 돌봄 분야 노동력에 낮은 임금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반성의 시간이었다"며 "의료, 보건, 교육,...
기사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며 ‘돌봄 공백’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제공 pixabay 경기도에 사는 12년차 직장인 이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근무 여건이 나아졌다. 재택근무 덕에 출퇴근 시간이 줄면서다. 이씨가 다니는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원래 출퇴근에 매일 4시간을 썼다”며 “코로나19가 길어져 일을 관두려 했는데 요샌 출퇴근 시간을 육아에 쓰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돌봄 경제'에 투자하고 있고,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투자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돌봄 경제란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을 뜻한다. 아동 돌봄, 노인 돌봄, 교육, 건강, 가사노동 등 모든 영역에서의 다양한 유·무급 노동을 포괄하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재생산을 추구한다. 돌봄 경제학의 대가이자 전 세계여성경제학회 회장인 낸시 폴브레 미국 메사추세츠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그간 여성의 의무로 여겨진 돌봄이 여성 경제 참여로 공백 상태가 됐다”며 “이를 국가 ‘인프라’ 투자로 채워야 경제적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낸시 폴브레(왼쪽)와 마리아 플로로 아메리칸 대학 교수.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돌봄 경제학의 대가이자 전 세계여성경제학회 회장인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그간 여성의 의무로 여겨진 돌봄이 여성 경제 참여로 공백 상태가 됐다”며 “이를 국가 ‘인프라’ 투자로 채워야 경제적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와 미 아메리칸 대학 글로벌 연구팀이 남녀임금 격차,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가족 돌봄 부담 등을 고려해 거시경제 모델을 개발한 뒤 시뮬레이션한 결과 오는 2030년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유급 노동자의 20~40%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급여로 환산할 경우 각 나라 GDP의 16~32%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었다. 이 연구의 책임자 마리아 플로로 아메리칸 대학 교수는 “코로나19는 우리가 그동안 돌봄 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무급 노동에 의존했는지 보여줬다”며 “2030년 돌봄 재정 지출 규모는 2015년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인구학회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미 심각한 저출산 사회인데 돌봄 공백이 커지면 경제 전체가 후퇴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돌봄 경제를 거시경제정책에 포함하고 사회 인프라 구축의 필수 영역으로서 돌봄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중앙일보] 저출산 한국에 던져진 경고 "돌봄 투자 없으면 경제 멈춘다"
기사
카비타 람다스(59)는 세계적인 여성운동가다. 인도 해군 제독의 딸로 태어난 람다스는 인도, 영국, 독일, 미얀마를 돌며 컸다. 세계적 여성운동가 카비타 람다스에게 물었다. 카비타 람다스(59)는 세계적인 여성운동가다.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해군 제독인 아버지 밑에서 인도, 영국, 독일, 미얀마를 돌며 컸다. 사진은 2019년 10월 30일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열린 “김해의 다문화사회와 돌봄” 국제회의에 참여한 모습.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 그가 열 한 살 때, 그의 고모는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 주변에선 “여자 때문에 남자가 죽었다”며 고모를 죄인 취급했다. 고모를 지켜줄 줄 알았던 친척은 오히려 고모에게 달려가 긴 머리를 잘라버리고 흰색 사리를 강제로 입혔다. 고모는 결혼한 여자가 이마에 붙이는 빈디(Bindi)도 할 수 없었다. 평생 군인으로 전쟁터에서 나라를 지킨 그녀의 아버지는 자기 누이의 인권은 지키지 못했다. 고모의 슬픈 인생을 보며 그는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 때는 경찰이 17세 소녀를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권력 있는 남성의 성폭력은 죄가 되지 않는 때였다. 그는 "사회를 바꾸겠다"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후 세계여성기금(Global Fund for Women) 대표 등 각종 여성단체에서 일하며 여성운동에 헌신했다. 지난 2009년 여성운동을 주제로 한 그의 테드(TED) 강연은 23개 언어로 번역돼 57만 명이 넘는 사람이 봤고,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성별, 인종과 관계없이 평등하고 자유롭길 바란다면 누구나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결혼생활도 예사롭지 않다. 가족의 생계는 람다스가 담당하고 남편은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왔다. 1995년 20명의 여성대표와 함께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에 참석했을 때 당시 생후 18개월이었던 딸은 남편이 돌봤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남편은 파키스탄 출신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 영토를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은 앙숙 사이다. 람다스의 아버지는 파키스탄과의 전쟁에 세 번이나 참전했다. 2019년 10월 30일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열린 “김해의 다문화사회와 돌봄” 국제회의에서 카비타 람다스가 연설하고 있다.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 이 결혼이 가능했던 것은 자유를 향한 딸의 투쟁에 아버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누이를 지키지 못했으나 딸만큼은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길 원했다. 파키스탄인 사위를 받아들였고 돈을 벌지 않고 살림을 하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람다스는 남성의 변화와 지지가 페미니즘 운동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OSF)에서 여성권리 프로그램 디렉터를 역임하고 있다. 다음 달 3일에는 서울대 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가 진행하는 학술 대회(코로나19와 돌봄 경제 : 지속가능한 돌봄 경제로 전환)에 연사로 참석한다. 직접 한국에 올 수는 없지만,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돌봄 경제와 젠더 평등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람다스에게 한국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과 그 해법에 관해 물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에 대해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지난 2019년 서울대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이때 많은 학생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라는 용어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남녀 갈등이 있을까? 물론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비슷한 문제를 볼 수 있다. 젊은 남성이 제기하는 우려는 주로 경제적 압박감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의 여성은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간 수많은 투쟁이 있었다. 몇몇 국가에서 “여성에게 특별한 일자리를 줄게”, “여성을 위한 공학 대학을 만들게”라고 했다. 이제 여성도 로켓 기술자가 될 수 있고 의사를 할 수 있다. 한때는 남성만이 경쟁하던 공간에 여성이 참여했다. 이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그동안 ‘우리’(여성)가 충분히 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젊은 남성의 분노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분노의 방향을 여성이나 페미니즘에 돌려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젊은 층에서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모두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기사
매년 특정 시기에 맞춰 나오는 이른바 ‘캘린더성 기사’들이 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늘 무심히 넘기다가 올해는 끝내 울컥하고 말았다. 나의 현실과 미래, 청년·자녀 세대의 미래 등이 겹쳐 보여서다. 정부가 어버이날을 맞아 포상하는 효행자상 얘기다. 49회째인 올해는 101세 노모의 손과 발이 되어 정성으로 봉양한 70세 아들 택시기사가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국민포장을 수상한 60대 여성은 편찮으신 홀아버지와 형제들을 30년간 돌봐왔으며, 지적장애 아들 양육과 92세 시어머니 돌봄 등에 헌신했다. 지난해, 5년 전, 10년 전도 그리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전형적인 공적사항 몇 가지를 옮기면, “치매를 앓는 시부모님을 직접 봉양” “24시간 곁에서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아픈 남편과 자녀들을 부양하며, 암 투병 중인 부친을 봉양” “행복한 가정을 위해 헌신” 등이다. 길게는 30~40년 한결같은 헌신으로 수상한 효행자 다수는 60~70대 여성들이다. 마땅히 칭찬받을 행실이지만, 상의 취지 효행을 북돋우고 널리 퍼뜨리는 것이라면 따라할 엄두조차 꺾는다는 점에서 효과는 의문이다. 내 주변 상황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사연들이어서다. 최근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병원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할 목록이 하나둘 늘고 있다. 부모님 댁과, 또 병원까지의 거리가 꽤 멀어서 다녀오려면 최소 한나절, 길게는 하루가 걸린다. 일하며 아이들 키우느라 고군분투하는 맞벌이 부부 삼남매가 순번을 정해 연·월차를 쓰며 한 달에 한두 번 부모님을 찾아뵙고 병원에 가는 것만 해도 녹록지 않다. 부모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나 조손가정은, 또 앞으로 대세인 1인 가구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2년 전 경향신문의 <노인돌봄 누구의 몫인가> 기획기사는 이미 안으로 곪고 있는 가족들의 실상을 드러냈다. ‘노인·아동돌봄조사’ 연구에서 주돌봄자들은 “삶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긴 줄을 곡예하듯이 가고 있다” “노인을 돌보다 함께 죽는 이들이 이해가 된다”는 위태로운 심경을 털어놓는 이도,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버티고,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었다. 올해 1인 가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4인 이상 가구는 처음 10%대(19.6%)로 떨어졌다.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전통적인 노인돌봄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부모부양은 가족과 부모 본인,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가족 책임이라는 응답은 2002년 71%에서 2018년 27%로 급감했다. 결혼했든 안 했든, 가족 수가 몇이든, 가까이 살든 멀리 살든 가족과 사회가 책임과 부담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지 ‘노인돌봄 대토론·대타협’이 필요하다. 핀란드 기자 출신 필자가 미국 남성과 결혼 후 두 사회를 비교한 책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가 통찰을 준다.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의 핵심은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노르딕 사회의 목표는 개인을 가족이나 시민사회 내 모든 형태의 경제적 또는 여타의 의존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가령, 필수적인 노인돌봄은 요양사, 간호사 등 전문가와 지자체가 담당하고, 시민들은 자기 생활에 충실하며 세금을 내고 부모와 식사나 대화, 원하는 일을 함께하며 친밀함 나누기에 집중한다. 무릎을 쳤다. “서로 지나치게 희생하지 않을 때 순수한 애정과 보살핌을 베풀 수 있다”는 대목에 100% 공감이 간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여도 내 일상, 내 존재까지 허물어질 정도면 관계 자체가 위협받는다. 가정의달 내내 중앙정부뿐 아니라 광역시·도, 기초지자체에서까지 수백명의 효행자 포상이 쏟아졌다. 2008년부터는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글을 쓰며 처음 알았다. ‘효행을 통하여 고령사회가 처하는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가 법의 목적이다. 더 이상 ‘고령사회가 처하는 문제 해결’을 효행상, 효행법으로 묶어놔선 안 된다. 대신 실질적인 부담과 걱정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돌봄일자리를 확대하고 전문성과 처우를 높여 돌봄의 질을 높이도록, 자녀들이 회사냐 돌봄이냐를 고민하지 않고, 불효라는 죄책감 혹은 효자·효녀라는 굴레를 벗고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온 ‘노인 시민’들이 자녀의 자비에 맡겨지지 않고 쾌적한 노후를 보낼 수...
사설ㆍ칼럼
직장맘 52%“돌봄 부담에 퇴사 고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년이 넘어가니 번아웃(Burnout·소진)이 왔어요. 회사에도 애들한테도 죄책감이 들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네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박지연(가명·44) 씨는 1년째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바로 ‘자녀 돌봄’이다. 맞벌이인 박 씨는 재택근무 덕에 돌봄 공백은 겨우 면했지만 몸과 정신이 남아나질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그의 하루는 쉴 틈이 없다. 눈뜨자마자 아이들 끼니 챙기다 보면 해가 저물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종일 엄마 곁만 맴돌았다. “엄마, 이것 좀.” “엄마, 심심해.” 컴퓨터 앞에 앉기가 무섭게 보채는 아이들. 회사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언제부터일까. 박 씨는 점점 신경이 곤두섰다. 아이들에게 내는 짜증도 잦아졌다. 자영업자인 남편은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 새벽에 출근했다 밤 12시쯤 들어와 곯아떨어졌다. 결국 박 씨는 버티다 못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박 씨는 지난달 휴직을 신청했다. 코로나19 1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네 엄마 아빠들이 지쳐 쓰러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자녀 돌봄의 한 축인 학교 등 교육·보육 시설이 휴원, 휴교를 반복하며 부모의 돌봄 책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한국갤럽과 함께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엄마의 주중 평균 돌봄 시간이 전업주부는 14시간 37분, 맞벌이는 5시간 18분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 역시 주중 평균 2, 3시간씩 부담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직장을 가진 엄마는 52.4%가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빠 역시 3명 가운데 1명꼴(33.4%)로 회사를 관둬야 할지 고민했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직장인 엄마의 20.2%가 코로나19 이후 직장을 관뒀으며, 이들 가운데 49.2%가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엄마 32.2%와 아빠의 19.6%는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휴직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자녀 돌봄의 고충을 심층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TMS 센터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의 아이 돌봄 기능이 중단되며 가정이 붕괴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돌밥돌밥’ 미로에 갇힌 엄마… 전업주부 육아 하루 8→11시간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부담을 크게 늘렸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엄마의 주중 평균 자녀돌봄 시간은 맞벌이와 전업주부 모두 크게 늘어났다. 동아일보DB [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휴교로 늘어난 돌봄 부담은 엄마 몫 휴교 자녀에 나흘내내 삼시세끼… 잔소리 늘어 자녀와 관계도 나빠져 직장맘 52% 재택근무때도 육아… 아빠 참여 늘었지만 18% 수준 돌봄 맡길 사람 못구한 맞벌이는… 아이들만 집에 있는 상황 벌어져 “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기사
[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자녀돌봄 애썼는데” 억울한 아빠 맞벌이 아빠 육아시간 18% 늘어… “일과 병행 너무 힘들다” 토로 직장인 아빠 70% “가정에 미안”… 아빠 64% “피곤”- 47% “화 늘어” 엄마보다 낮지만 무시못할 수준… 전문가 “남성 육아휴직 확대해야”   “어디 가서 말은 못 하지만 솔직히 좀 억울하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터진 뒤엔 육아도 집안일도 많이 하거든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뭐라 그러니….” 6세 딸을 키우는 아빠 안정훈(가명) 씨는 최근 부인의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라”는 원망에 울컥 서운했다. 안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주 2, 3회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 있는 날에는 매일 출근하는 부인을 대신해 온종일 자신이 딸을 돌본다. 안 씨는 “코로나19 이전은 몰라도 지금은 가사 일도 많이 한다”며 “서로 힘들다 보니까 자꾸 다툴 일이 느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재택근무해서 편하겠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는 놀아 달라, 챙겨 달라 칭얼대고, 회사는 회사대로 집에서 노는 것 아니냐며 눈치를 준다. 중간 관리자 급이라 할 일은 태산인데 어디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한테도 미안하죠. 하다못해 놀이터라도 가서 놀아줘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괜히 저도 와이프나 애한테 신경질을 부리고 있더라고요.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성격만 버리고 가족 관계만 해치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 직장인 아빠 70% “코로나로 가정에 미안” 한국 사회에서 ‘보통 아빠’는 가사나 자녀 문제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 같이 맞벌이를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자녀 돌봄에서 아빠 역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부모의 돌봄 책임이 커지며 아빠의 부담도 적지 않게 늘어났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아빠의 70.7%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2020년 12월∼2021년 2월) 동안 일과 육아의 병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맞벌이 아빠의 주중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8.4%, 외벌이 아빠도 19.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인 아빠 박정규(가명·46) 씨는 코로나19 이후에 이전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 일을 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부인이 가게를 하기 때문에 등교가 들쑥날쑥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 씨는 “그래봤자 하루 한두 시간 더 애를 보는 거지만 주말까지도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드니 체감하는 힘겨움은 확실히 크다”고 털어놨다. 자녀 돌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외벌이 아빠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CTMS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아빠의 70%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에게 더 신경 쓰지 못해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 김현수(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정책상 지난해도 올해도 재택근무를 거의 한 적이 없다. 결국 전업주부인 부인이 1년 넘게 홀로 자녀를 돌보다시피하는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했더니 부인이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 씨는 “나도 나름 힘들다는 생각에 아내와 다툼이 늘었는데, 이 정도 심각한지 몰랐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너무 미안해서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 “남성의 육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해야” 이렇다 보니 아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마만큼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아빠들은 64.4%가 ‘코로나19로 평소보다 피곤하다’고 답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늘었다’가 46.6%였으며,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대답도 38.4%나 됐다. 각각 엄마보다는 10∼20% 정도 낮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치는 아니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인 아빠들도 적지 않았다. 노승철(가명) 씨는 지난해 말 태어난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에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기사
MZ세대 “육아도 공정하게 분담을” 2030아빠 39%만 “육아는 엄마 몫” “육아에 지친 아내도 돕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11년 차 직장인인 김동길 씨(38)는 지난달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부인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게다가 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가족을 제대로 챙겨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씨는 “이것저것 재다가 언제 아이들과 함께하겠냐 싶어 휴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녀 돌봄 시간이 늘면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아빠들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아이는 주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20, 30대 아빠들은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40대(50%)나 50대(62%)보다 확실히 나아진 수치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이지만 아빠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맞벌이 아빠의 1일 평균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시간 8분에서 이후 3시간 42분으로 늘었다. 외벌이 아빠도 2시간 28분에서 2시간 57분으로 증가했다. 엄마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적극적인 공동육아에 나서며 오히려 일을 줄이는 아빠들도 있다. 전업주부로 나선 문희곤 씨(34)는 “한 명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내 급여가 더 높아 내가 주로 집안일을 담당하기로 했다”며 “육아와 가사는 돕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아빠 육아모임을 이끄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최대훈 씨(39)도 “코로나19로 커진 돌봄 부담을 아내와 공평하게 나누려 한다. 최근 잔업이 적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양육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동육아는 MZ세대의 ‘공정성’ 중시가 젠더 측면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윤태 [email protected]기자페이지 바로가기>·유채연 기자
기획기사
[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휴교로 늘어난 돌봄 부담은 엄마 몫 휴교 자녀에 나흘내내 삼시세끼… 잔소리 늘어 자녀와 관계도 나빠져 직장맘 52% 재택근무때도 육아… 아빠 참여 늘었지만 18% 수준 돌봄 맡길 사람 못구한 맞벌이는… 아이들만 집에 있는 상황 벌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리를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부담을 크게 늘렸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엄마의 주중 평균 자녀돌봄 시간은 맞벌이와 전업주부 모두 크게 늘어났다. 동아일보DB “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피로는 둘째 치고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여전히 엄마의 몫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올해 3월 전국 만 0∼12세 자녀를 둔 부모 2016명(남성 1014명,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코로나19와 한국의 아동 돌봄’에서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 고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책임의 무게추가 엄마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실제로 자녀의 교육·보육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낮 시간에 누가 아이를 돌봤느냐’는 질문에 전업주부의 89.2%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엄마의 32.7%가 자녀를 챙겨야 했다. 맞벌이의 경우 아빠는 11%, 외벌이인 경우엔 아빠의 3%만이 아이를 돌봤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할 경우엔 아빠의 돌봄 참여가 확실히 늘어났다. 17.6%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 엄마의 52.4%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한 것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재택근무마저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경기 고양시에서 다섯 살 쌍둥이를 키우는 최주현(가명·36)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매주 돌아가며 연차를 써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방에 사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이모님’도 고용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어린이집은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휴원해도 등원시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치가 보여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애들을 집에만 내버려둘 수도 없어 주중에 3일은 긴급돌봄 등원하고, 2일은 남편과 내가 연차를 내 아이들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대 조사에서 직장인 부모들의 73%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계속해서 직장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82%가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 “아이 홀로 두고 CCTV 켜놓고 출근”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보호자도 없이 만 0∼12세의 아동들만 집에 있는 일까지 자주 벌어졌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의 약 40%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아이들이 어른 없이 1시간 이상 있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부분 초등학생 이상이긴 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경우도 14.2%나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 서은미(가명) 씨도 집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아이를...
기획기사
“조부모가 돌봄 지원” 38% 달해 외출도 못해 건강 나빠지기 일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리를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부담을 크게 늘렸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엄마의 주중 평균 자녀돌봄 시간은 맞벌이와 전업주부 모두 크게 늘어났다. 동아일보DB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아. 출소 날짜만 기다리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조민경 씨(68)는 요즘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자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노동의 강도가 극도로 심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딸은 그나마 낫다. 9세 손자는 끼니는 물론 온갖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낯선 컴퓨터 원격수업까지 챙기고 나면 머리가 띵할 정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들이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갈수록 지쳐간다. “친구들 못 본 지는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아. 노래교실이나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못 해본 지 오래됐지. 애들 수업 들을 땐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발소리를 죽여야 해. 감옥이 따로 있나. 꼼짝달싹 못 하니 이게 감옥이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가중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38%가 “교육·보육시설의 휴원 휴교 기간에 조부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71.1%였으며, 70대 이상도 23.6%나 됐다. 돌봄을 도와준 조부모는 아무래도 할머니(93.7%)로 할아버지(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업무다. 10세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김자옥(가명·75) 씨는 1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도 무릎이 안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외출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무릎이 시큰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유채연 [email protected]·이윤태 기자
기획기사
회원님, 부모님이 치매나 중풍, 고혈압 등으로 옷 갈아입기, 식사, 대소변 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해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오더라도 나머지 시간에는 가족 누군가가 돌봐야 합니다. 예전에는 며느리 몫이었지요. 10년 새 주수발자가 크게 변했답니다. 오늘은 달라진 부모 수발 실태를 전합니다.   지난달 중순 한 방송의 예능 프로에서 젊은 부부가 홀어머니 케어를 두고 부딪혔다. 남편은 홀어머니를 잘 찾지 않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표했고, 아내는 "우리 엄마·아빠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잖아"라고 맞섰다. 방송인 안선영이 “남편 본인이 전화해야지, 결혼과 동시에 왜 효도를 와이프에게 시키려고 하나. 기대려는 순간 가정불화가 된다”고 말했다. 모델 겸 가수 홍진경이 "홀어머니 밑에 자란 아들은 엄마가 짠할 수 있다"고 하자 안선영은 "나도 홀어머니와 자랐지만 남편한테 (대리효도를) 안 시킨다"고 말했다. 안선영은 "한국에 3대 셀프가 있다"며 물·단무지·효도를 꼽았다.   '셀프 효도'는 각자가 알아서 효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사원 이모(36)씨는 시댁에 거의 안 간다. 연간 2~3회 안부 전화를 한다. 대신 자기 부모는 잘 챙긴다. 남편(40)도 비슷하다. 처가에 잘 안 가고 생일 등을 안 챙기지만 자기 부모에게 선물을 주고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이씨는 신혼 때 시어머니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완곡하게 거부했다. 이씨는 "효도는 셀프"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우리 부모한테는 제대로 안 하면서 왜 시부모 챙기기를 강요하나. 자기가 하면 되지"라고 말한다. 이런 세태의 변화가 '셀프 돌봄' '셀프 수발'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생활이 어려운 부모(또는 배우자)를 돌보는 가족 중 큰며느리의 비율이 2011년 12.3%에서 지난해 10.7%로, 작은며느리는 3.8%에서 1.8%로 줄었다. 같은 기간 딸은 10.3%에서 18.8%로 크게 늘었다. 10년 전 주수발자가 배우자-며느리-아들-딸 순이었는데, 지난해에는 배우자-딸-아들-며느리 순으로 바뀌었다.   전남에 사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92)의 주수발자 역할을 한다. 어머니가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고 병원에 가거나 나들이할 때 동행한다. 서울에 사는 오빠 이모(63)씨는 한두 달마다 내려온다. 오빠 이씨는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싶지만, 아내(59) 반대에 부닥쳐있다. 아내는 2년 여전 친정어머니가 숨지기 전까지 간병하고, 자주 방문했다. 셀프 수발의 예이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문현아 책임연구원과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부교수가 지난해 3월 발표한 '가족의 노인 돌봄 경험과 딜레마' 논문을 보면 가족 돌봄(27명)의 현실을 알 수 있다.  "부모님이 아프면 딸이 하는 게 맞아요. 왜냐하면 며느리의 부모가 아니잖아. 며느리에게 뭘 요구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아버지를 돌보는 딸(53)의 말이다. 다른 수발자 딸(50)은 "그걸(수발)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중략) 네 부모는 네가 챙기고 내 부모는 내가 챙기고, 그렇게 변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노인정책연구센터장은 "며느리 수발이 많이 감소하고 딸이 많이 늘고 있다. 아들도 부모 돌봄에 꽤 참여한다"며 "부부가 각자의 부모를 수발하는 식으로 '효도도 셀프'로 달라진다"고 말했다.   장남이 주수발자인 비율이 8.2%(2011년 노인실태조사)→14.3%(2014년)→9.7%(2017년)→9.9%(2020년)로 별 변동이 없다. 서울대 논문에서 어머니를 보살피는 아들(52)은 "그냥 기계적으로 하는 거예요. 이게 나의 희생이고, 이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가족 내 노인돌봄현황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방안' 연구보고서에도 가족 돌봄의 문제점이 담겨있다. 정년퇴직한 아들이 주수발자로 나선다. 어머니를 수발하는 아들(62)은 "제가 정년퇴직했고,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어머니 집에서 잔다"고 말했다. 비혼(非婚) 딸이 수발자로 떠밀리기도 한다. 암 환자 아버지를 모시는 딸(41)은 "언니·오빠가 멀리 산다. 제가 미혼이라서 (수발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한 명만 좀 고생하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돌보는 65세 딸은 "며느리들이 신경을 안 쓴다. 어머니가 어떤 치료 받는지 관심 밖이다. 아들은 가끔 외식 대접하면 끝"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마지막 돌봄 보루인 딸"이라고 평가했다.  주수발자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어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돌보다 우울증이 생겼고 조울증으로 악화했다. 가족 갈등은 예사다. 여성정책연구원 연구팀이 노부모 수발자 612명을 인터뷰했더니 36.1%에게 가족 중 부돌봄자, 즉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소위 '독박 수발'이다. 문현아 박사는...
기사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돌봄’을 비용이 아닌 ‘사회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CTMS)와 한국갤럽이 지난 3월 만 0세~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엄마 20.2%가 코로나19 이후 회사를 관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 예행연습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두 아들을 둔 유모(39)씨는 지난해 7월 사표를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길어져 아이들의 정상 등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다. 지난 2019년 해외 파견을 나간 남편 대신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버텨봤으나 역부족이었다. 마케팅 업종에서 13년간 일한 유씨는 결국 일을 그만둔 후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명 중 3명 “코로나 길어지면 휴직” 전문가들, 인프라 마련 필요성 지적 “비용 아닌 투자, 지속 성장 뒷받침” 스티글리츠 “운송 인프라만큼 중요” 반면 우루과이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안드레아(Andrea·43)는 계속 경력을 쌓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지만, 원격 수업 시스템이 잘 돼 있고 재택근무를 해 문제가 없었다. 레티샤(Leticia·34) 역시 남편과 함께 재택근무를 하며 큰아들(9)과 작은아들(7)을 돌봤다. 우루과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돌봄 정책의 하나로 원격 수업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3월 14일 모든 교육기관이 문을 닫자 학교 급식을 먹는 아이를 대상으로 매일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우루과이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돌봄 위한 사회적 투자를 지속한 성과가 팬데믹 때 드러났다”며 “우루과이는 주변 남미 국가보다 여성취업률에서 코로나19 영향이 미미했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지난해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우루과이의 2분기 취업률은 전 분기에 비해 2.8%p 감소에 그쳐 남미국가 평균 -9.2%p의 3분의 1수준이었다.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그래픽=김은교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이후 ‘돌봄’을 비용이 아닌 ‘사회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CTMS)와 한국갤럽이 지난 3월 만 0세~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엄마 20.2%가 코로나19 이후 회사를 관뒀다. 이들 가운데 49.2%는 사직 이유를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설문에 따르면 회사에 다니는 엄마의 52.4%, 아빠의 33.4%는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휴직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엄마 32.2%, 아빠의 19.6%였다. 돌봄 지원에 투자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CTMS)와 한국갤럽이 지난 3월 만 0세~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엄마 20.2%가 코로나19 이후 회사를 관뒀다. 이들 가운데 49.2%는 사직 이유를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서울대 CTMS는 미국 아메리칸 대학 글로벌 연구팀(CWE-GAM))과 함께 돌봄 경제 투자와 성 평등이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델을 개발해 분석했다. 한 국가 차원에서 돌봄의 경제적 효과를 정량분석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시도한 것이다. 분석 결과 2022~2030년 아동 돌봄이나 노인 돌봄에 연간 3조4000억원(GDP 대비 0.15%)을 투자하면 각각 여성의 유급 노동시간을 0.6%, 1.1% 늘려 매년 4조8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지원 서울대 책임연구원은 “아동과 노인 분야 투자는 매년 각각 7만8000개, 13만7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한 해 신규 일자리가 20~30만개인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에 투자하면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가능하고 이는 생산과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돌봄 경제를 교통망 확충이나 국가 기반 시설 같은 인프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석학도 돌봄 경제에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조셉 스티글리츠(왼쪽)와 마크 말록 브라운.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는 “우리는 지금까지 돌봄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려고만 하며 돌봄 분야 노동력에 낮은 임금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는 반성의 시간이었다"며 "의료, 보건, 교육,...
기사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며 ‘돌봄 공백’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제공 pixabay 경기도에 사는 12년차 직장인 이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근무 여건이 나아졌다. 재택근무 덕에 출퇴근 시간이 줄면서다. 이씨가 다니는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원래 출퇴근에 매일 4시간을 썼다”며 “코로나19가 길어져 일을 관두려 했는데 요샌 출퇴근 시간을 육아에 쓰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돌봄 경제'에 투자하고 있고,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투자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돌봄 경제란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고 관련 산업을 육성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을 뜻한다. 아동 돌봄, 노인 돌봄, 교육, 건강, 가사노동 등 모든 영역에서의 다양한 유·무급 노동을 포괄하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재생산을 추구한다. 돌봄 경제학의 대가이자 전 세계여성경제학회 회장인 낸시 폴브레 미국 메사추세츠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그간 여성의 의무로 여겨진 돌봄이 여성 경제 참여로 공백 상태가 됐다”며 “이를 국가 ‘인프라’ 투자로 채워야 경제적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낸시 폴브레(왼쪽)와 마리아 플로로 아메리칸 대학 교수.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돌봄 경제학의 대가이자 전 세계여성경제학회 회장인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그간 여성의 의무로 여겨진 돌봄이 여성 경제 참여로 공백 상태가 됐다”며 “이를 국가 ‘인프라’ 투자로 채워야 경제적 생산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와 미 아메리칸 대학 글로벌 연구팀이 남녀임금 격차,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가족 돌봄 부담 등을 고려해 거시경제 모델을 개발한 뒤 시뮬레이션한 결과 오는 2030년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유급 노동자의 20~40%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급여로 환산할 경우 각 나라 GDP의 16~32%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었다. 이 연구의 책임자 마리아 플로로 아메리칸 대학 교수는 “코로나19는 우리가 그동안 돌봄 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무급 노동에 의존했는지 보여줬다”며 “2030년 돌봄 재정 지출 규모는 2015년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인구학회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미 심각한 저출산 사회인데 돌봄 공백이 커지면 경제 전체가 후퇴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돌봄 경제를 거시경제정책에 포함하고 사회 인프라 구축의 필수 영역으로서 돌봄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중앙일보] 저출산 한국에 던져진 경고 "돌봄 투자 없으면 경제 멈춘다"
기사
카비타 람다스(59)는 세계적인 여성운동가다. 인도 해군 제독의 딸로 태어난 람다스는 인도, 영국, 독일, 미얀마를 돌며 컸다. 세계적 여성운동가 카비타 람다스에게 물었다. 카비타 람다스(59)는 세계적인 여성운동가다.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해군 제독인 아버지 밑에서 인도, 영국, 독일, 미얀마를 돌며 컸다. 사진은 2019년 10월 30일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열린 “김해의 다문화사회와 돌봄” 국제회의에 참여한 모습.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 그가 열 한 살 때, 그의 고모는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 주변에선 “여자 때문에 남자가 죽었다”며 고모를 죄인 취급했다. 고모를 지켜줄 줄 알았던 친척은 오히려 고모에게 달려가 긴 머리를 잘라버리고 흰색 사리를 강제로 입혔다. 고모는 결혼한 여자가 이마에 붙이는 빈디(Bindi)도 할 수 없었다. 평생 군인으로 전쟁터에서 나라를 지킨 그녀의 아버지는 자기 누이의 인권은 지키지 못했다. 고모의 슬픈 인생을 보며 그는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 때는 경찰이 17세 소녀를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권력 있는 남성의 성폭력은 죄가 되지 않는 때였다. 그는 "사회를 바꾸겠다"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후 세계여성기금(Global Fund for Women) 대표 등 각종 여성단체에서 일하며 여성운동에 헌신했다. 지난 2009년 여성운동을 주제로 한 그의 테드(TED) 강연은 23개 언어로 번역돼 57만 명이 넘는 사람이 봤고,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성별, 인종과 관계없이 평등하고 자유롭길 바란다면 누구나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결혼생활도 예사롭지 않다. 가족의 생계는 람다스가 담당하고 남편은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왔다. 1995년 20명의 여성대표와 함께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에 참석했을 때 당시 생후 18개월이었던 딸은 남편이 돌봤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남편은 파키스탄 출신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 영토를 두고 분쟁이 끊이지 않은 앙숙 사이다. 람다스의 아버지는 파키스탄과의 전쟁에 세 번이나 참전했다. 2019년 10월 30일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열린 “김해의 다문화사회와 돌봄” 국제회의에서 카비타 람다스가 연설하고 있다. 제공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센터 이 결혼이 가능했던 것은 자유를 향한 딸의 투쟁에 아버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누이를 지키지 못했으나 딸만큼은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길 원했다. 파키스탄인 사위를 받아들였고 돈을 벌지 않고 살림을 하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람다스는 남성의 변화와 지지가 페미니즘 운동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OSF)에서 여성권리 프로그램 디렉터를 역임하고 있다. 다음 달 3일에는 서울대 국제이주와포용사회센터가 진행하는 학술 대회(코로나19와 돌봄 경제 : 지속가능한 돌봄 경제로 전환)에 연사로 참석한다. 직접 한국에 올 수는 없지만,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돌봄 경제와 젠더 평등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람다스에게 한국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과 그 해법에 관해 물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에 대해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지난 2019년 서울대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이때 많은 학생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라는 용어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남녀 갈등이 있을까? 물론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비슷한 문제를 볼 수 있다. 젊은 남성이 제기하는 우려는 주로 경제적 압박감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의 여성은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간 수많은 투쟁이 있었다. 몇몇 국가에서 “여성에게 특별한 일자리를 줄게”, “여성을 위한 공학 대학을 만들게”라고 했다. 이제 여성도 로켓 기술자가 될 수 있고 의사를 할 수 있다. 한때는 남성만이 경쟁하던 공간에 여성이 참여했다. 이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그동안 ‘우리’(여성)가 충분히 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젊은 남성의 분노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분노의 방향을 여성이나 페미니즘에 돌려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젊은 층에서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모두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기사
매년 특정 시기에 맞춰 나오는 이른바 ‘캘린더성 기사’들이 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늘 무심히 넘기다가 올해는 끝내 울컥하고 말았다. 나의 현실과 미래, 청년·자녀 세대의 미래 등이 겹쳐 보여서다. 정부가 어버이날을 맞아 포상하는 효행자상 얘기다. 49회째인 올해는 101세 노모의 손과 발이 되어 정성으로 봉양한 70세 아들 택시기사가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국민포장을 수상한 60대 여성은 편찮으신 홀아버지와 형제들을 30년간 돌봐왔으며, 지적장애 아들 양육과 92세 시어머니 돌봄 등에 헌신했다. 지난해, 5년 전, 10년 전도 그리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전형적인 공적사항 몇 가지를 옮기면, “치매를 앓는 시부모님을 직접 봉양” “24시간 곁에서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아픈 남편과 자녀들을 부양하며, 암 투병 중인 부친을 봉양” “행복한 가정을 위해 헌신” 등이다. 길게는 30~40년 한결같은 헌신으로 수상한 효행자 다수는 60~70대 여성들이다. 마땅히 칭찬받을 행실이지만, 상의 취지 효행을 북돋우고 널리 퍼뜨리는 것이라면 따라할 엄두조차 꺾는다는 점에서 효과는 의문이다. 내 주변 상황과는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사연들이어서다. 최근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병원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할 목록이 하나둘 늘고 있다. 부모님 댁과, 또 병원까지의 거리가 꽤 멀어서 다녀오려면 최소 한나절, 길게는 하루가 걸린다. 일하며 아이들 키우느라 고군분투하는 맞벌이 부부 삼남매가 순번을 정해 연·월차를 쓰며 한 달에 한두 번 부모님을 찾아뵙고 병원에 가는 것만 해도 녹록지 않다. 부모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나 조손가정은, 또 앞으로 대세인 1인 가구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2년 전 경향신문의 <노인돌봄 누구의 몫인가> 기획기사는 이미 안으로 곪고 있는 가족들의 실상을 드러냈다. ‘노인·아동돌봄조사’ 연구에서 주돌봄자들은 “삶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긴 줄을 곡예하듯이 가고 있다” “노인을 돌보다 함께 죽는 이들이 이해가 된다”는 위태로운 심경을 털어놓는 이도,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버티고,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었다. 올해 1인 가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4인 이상 가구는 처음 10%대(19.6%)로 떨어졌다.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전통적인 노인돌봄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부모부양은 가족과 부모 본인,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가족 책임이라는 응답은 2002년 71%에서 2018년 27%로 급감했다. 결혼했든 안 했든, 가족 수가 몇이든, 가까이 살든 멀리 살든 가족과 사회가 책임과 부담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지 ‘노인돌봄 대토론·대타협’이 필요하다. 핀란드 기자 출신 필자가 미국 남성과 결혼 후 두 사회를 비교한 책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가 통찰을 준다.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의 핵심은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독립적이고 동등한 개인 사이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노르딕 사회의 목표는 개인을 가족이나 시민사회 내 모든 형태의 경제적 또는 여타의 의존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가령, 필수적인 노인돌봄은 요양사, 간호사 등 전문가와 지자체가 담당하고, 시민들은 자기 생활에 충실하며 세금을 내고 부모와 식사나 대화, 원하는 일을 함께하며 친밀함 나누기에 집중한다. 무릎을 쳤다. “서로 지나치게 희생하지 않을 때 순수한 애정과 보살핌을 베풀 수 있다”는 대목에 100% 공감이 간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여도 내 일상, 내 존재까지 허물어질 정도면 관계 자체가 위협받는다. 가정의달 내내 중앙정부뿐 아니라 광역시·도, 기초지자체에서까지 수백명의 효행자 포상이 쏟아졌다. 2008년부터는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글을 쓰며 처음 알았다. ‘효행을 통하여 고령사회가 처하는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가 법의 목적이다. 더 이상 ‘고령사회가 처하는 문제 해결’을 효행상, 효행법으로 묶어놔선 안 된다. 대신 실질적인 부담과 걱정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돌봄일자리를 확대하고 전문성과 처우를 높여 돌봄의 질을 높이도록, 자녀들이 회사냐 돌봄이냐를 고민하지 않고, 불효라는 죄책감 혹은 효자·효녀라는 굴레를 벗고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온 ‘노인 시민’들이 자녀의 자비에 맡겨지지 않고 쾌적한 노후를 보낼 수...
사설ㆍ칼럼
직장맘 52%“돌봄 부담에 퇴사 고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년이 넘어가니 번아웃(Burnout·소진)이 왔어요. 회사에도 애들한테도 죄책감이 들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네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박지연(가명·44) 씨는 1년째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바로 ‘자녀 돌봄’이다. 맞벌이인 박 씨는 재택근무 덕에 돌봄 공백은 겨우 면했지만 몸과 정신이 남아나질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그의 하루는 쉴 틈이 없다. 눈뜨자마자 아이들 끼니 챙기다 보면 해가 저물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종일 엄마 곁만 맴돌았다. “엄마, 이것 좀.” “엄마, 심심해.” 컴퓨터 앞에 앉기가 무섭게 보채는 아이들. 회사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언제부터일까. 박 씨는 점점 신경이 곤두섰다. 아이들에게 내는 짜증도 잦아졌다. 자영업자인 남편은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 새벽에 출근했다 밤 12시쯤 들어와 곯아떨어졌다. 결국 박 씨는 버티다 못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박 씨는 지난달 휴직을 신청했다. 코로나19 1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네 엄마 아빠들이 지쳐 쓰러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자녀 돌봄의 한 축인 학교 등 교육·보육 시설이 휴원, 휴교를 반복하며 부모의 돌봄 책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한국갤럽과 함께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엄마의 주중 평균 돌봄 시간이 전업주부는 14시간 37분, 맞벌이는 5시간 18분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 역시 주중 평균 2, 3시간씩 부담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직장을 가진 엄마는 52.4%가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빠 역시 3명 가운데 1명꼴(33.4%)로 회사를 관둬야 할지 고민했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직장인 엄마의 20.2%가 코로나19 이후 직장을 관뒀으며, 이들 가운데 49.2%가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엄마 32.2%와 아빠의 19.6%는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휴직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자녀 돌봄의 고충을 심층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TMS 센터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의 아이 돌봄 기능이 중단되며 가정이 붕괴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돌밥돌밥’ 미로에 갇힌 엄마… 전업주부 육아 하루 8→11시간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부담을 크게 늘렸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엄마의 주중 평균 자녀돌봄 시간은 맞벌이와 전업주부 모두 크게 늘어났다. 동아일보DB [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휴교로 늘어난 돌봄 부담은 엄마 몫 휴교 자녀에 나흘내내 삼시세끼… 잔소리 늘어 자녀와 관계도 나빠져 직장맘 52% 재택근무때도 육아… 아빠 참여 늘었지만 18% 수준 돌봄 맡길 사람 못구한 맞벌이는… 아이들만 집에 있는 상황 벌어져 “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기사
[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자녀돌봄 애썼는데” 억울한 아빠 맞벌이 아빠 육아시간 18% 늘어… “일과 병행 너무 힘들다” 토로 직장인 아빠 70% “가정에 미안”… 아빠 64% “피곤”- 47% “화 늘어” 엄마보다 낮지만 무시못할 수준… 전문가 “남성 육아휴직 확대해야”   “어디 가서 말은 못 하지만 솔직히 좀 억울하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터진 뒤엔 육아도 집안일도 많이 하거든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뭐라 그러니….” 6세 딸을 키우는 아빠 안정훈(가명) 씨는 최근 부인의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라”는 원망에 울컥 서운했다. 안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주 2, 3회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 있는 날에는 매일 출근하는 부인을 대신해 온종일 자신이 딸을 돌본다. 안 씨는 “코로나19 이전은 몰라도 지금은 가사 일도 많이 한다”며 “서로 힘들다 보니까 자꾸 다툴 일이 느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재택근무해서 편하겠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는 놀아 달라, 챙겨 달라 칭얼대고, 회사는 회사대로 집에서 노는 것 아니냐며 눈치를 준다. 중간 관리자 급이라 할 일은 태산인데 어디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한테도 미안하죠. 하다못해 놀이터라도 가서 놀아줘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괜히 저도 와이프나 애한테 신경질을 부리고 있더라고요.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성격만 버리고 가족 관계만 해치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 직장인 아빠 70% “코로나로 가정에 미안” 한국 사회에서 ‘보통 아빠’는 가사나 자녀 문제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 같이 맞벌이를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자녀 돌봄에서 아빠 역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부모의 돌봄 책임이 커지며 아빠의 부담도 적지 않게 늘어났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아빠의 70.7%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2020년 12월∼2021년 2월) 동안 일과 육아의 병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맞벌이 아빠의 주중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8.4%, 외벌이 아빠도 19.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인 아빠 박정규(가명·46) 씨는 코로나19 이후에 이전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 일을 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부인이 가게를 하기 때문에 등교가 들쑥날쑥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 씨는 “그래봤자 하루 한두 시간 더 애를 보는 거지만 주말까지도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드니 체감하는 힘겨움은 확실히 크다”고 털어놨다. 자녀 돌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외벌이 아빠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CTMS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아빠의 70%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에게 더 신경 쓰지 못해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 김현수(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정책상 지난해도 올해도 재택근무를 거의 한 적이 없다. 결국 전업주부인 부인이 1년 넘게 홀로 자녀를 돌보다시피하는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했더니 부인이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 씨는 “나도 나름 힘들다는 생각에 아내와 다툼이 늘었는데, 이 정도 심각한지 몰랐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너무 미안해서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 “남성의 육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해야” 이렇다 보니 아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마만큼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아빠들은 64.4%가 ‘코로나19로 평소보다 피곤하다’고 답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늘었다’가 46.6%였으며,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대답도 38.4%나 됐다. 각각 엄마보다는 10∼20% 정도 낮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치는 아니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인 아빠들도 적지 않았다. 노승철(가명) 씨는 지난해 말 태어난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에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기사
MZ세대 “육아도 공정하게 분담을” 2030아빠 39%만 “육아는 엄마 몫” “육아에 지친 아내도 돕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11년 차 직장인인 김동길 씨(38)는 지난달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부인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게다가 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가족을 제대로 챙겨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씨는 “이것저것 재다가 언제 아이들과 함께하겠냐 싶어 휴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녀 돌봄 시간이 늘면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아빠들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아이는 주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20, 30대 아빠들은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40대(50%)나 50대(62%)보다 확실히 나아진 수치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이지만 아빠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맞벌이 아빠의 1일 평균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시간 8분에서 이후 3시간 42분으로 늘었다. 외벌이 아빠도 2시간 28분에서 2시간 57분으로 증가했다. 엄마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적극적인 공동육아에 나서며 오히려 일을 줄이는 아빠들도 있다. 전업주부로 나선 문희곤 씨(34)는 “한 명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내 급여가 더 높아 내가 주로 집안일을 담당하기로 했다”며 “육아와 가사는 돕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아빠 육아모임을 이끄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최대훈 씨(39)도 “코로나19로 커진 돌봄 부담을 아내와 공평하게 나누려 한다. 최근 잔업이 적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양육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동육아는 MZ세대의 ‘공정성’ 중시가 젠더 측면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윤태 [email protected]기자페이지 바로가기>·유채연 기자
기획기사
[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휴교로 늘어난 돌봄 부담은 엄마 몫 휴교 자녀에 나흘내내 삼시세끼… 잔소리 늘어 자녀와 관계도 나빠져 직장맘 52% 재택근무때도 육아… 아빠 참여 늘었지만 18% 수준 돌봄 맡길 사람 못구한 맞벌이는… 아이들만 집에 있는 상황 벌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리를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부담을 크게 늘렸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엄마의 주중 평균 자녀돌봄 시간은 맞벌이와 전업주부 모두 크게 늘어났다. 동아일보DB “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피로는 둘째 치고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여전히 엄마의 몫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올해 3월 전국 만 0∼12세 자녀를 둔 부모 2016명(남성 1014명,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코로나19와 한국의 아동 돌봄’에서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 고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책임의 무게추가 엄마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실제로 자녀의 교육·보육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낮 시간에 누가 아이를 돌봤느냐’는 질문에 전업주부의 89.2%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엄마의 32.7%가 자녀를 챙겨야 했다. 맞벌이의 경우 아빠는 11%, 외벌이인 경우엔 아빠의 3%만이 아이를 돌봤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할 경우엔 아빠의 돌봄 참여가 확실히 늘어났다. 17.6%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 엄마의 52.4%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한 것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재택근무마저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경기 고양시에서 다섯 살 쌍둥이를 키우는 최주현(가명·36)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매주 돌아가며 연차를 써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방에 사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이모님’도 고용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어린이집은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휴원해도 등원시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치가 보여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애들을 집에만 내버려둘 수도 없어 주중에 3일은 긴급돌봄 등원하고, 2일은 남편과 내가 연차를 내 아이들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대 조사에서 직장인 부모들의 73%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계속해서 직장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82%가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 “아이 홀로 두고 CCTV 켜놓고 출근”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보호자도 없이 만 0∼12세의 아동들만 집에 있는 일까지 자주 벌어졌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의 약 40%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아이들이 어른 없이 1시간 이상 있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부분 초등학생 이상이긴 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경우도 14.2%나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 서은미(가명) 씨도 집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아이를...
기획기사
“조부모가 돌봄 지원” 38% 달해 외출도 못해 건강 나빠지기 일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리를 키우는 엄마들의 육아 부담을 크게 늘렸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엄마의 주중 평균 자녀돌봄 시간은 맞벌이와 전업주부 모두 크게 늘어났다. 동아일보DB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아. 출소 날짜만 기다리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조민경 씨(68)는 요즘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자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노동의 강도가 극도로 심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딸은 그나마 낫다. 9세 손자는 끼니는 물론 온갖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낯선 컴퓨터 원격수업까지 챙기고 나면 머리가 띵할 정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들이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갈수록 지쳐간다. “친구들 못 본 지는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아. 노래교실이나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못 해본 지 오래됐지. 애들 수업 들을 땐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발소리를 죽여야 해. 감옥이 따로 있나. 꼼짝달싹 못 하니 이게 감옥이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가중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38%가 “교육·보육시설의 휴원 휴교 기간에 조부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71.1%였으며, 70대 이상도 23.6%나 됐다. 돌봄을 도와준 조부모는 아무래도 할머니(93.7%)로 할아버지(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업무다. 10세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김자옥(가명·75) 씨는 1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도 무릎이 안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외출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무릎이 시큰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유채연 [email protected]·이윤태 기자
기획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