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제도와 재량,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제도
외국인보호제도와 재량,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제도
외국인보호제도와 재량,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제도
박찬희 (이주연구 인턴)
지난 6월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는 「자의적 구금의 종식인가, 간판만 바뀐 구금인가?」를 주제로 한국 외국인보호제도의 문제를 알리는 사례보고회를 개최했다. 외국인보호제도는 강제퇴거 집행을 위해 외국인을 전문시설인 외국인보호소나 출입국・외국인청 및 외국인 사무소의 외국인보호실에 수용하는 제도이다. 「출입국관리법」은 이를 ‘보호’라고 규정하지만 국제적으로는 행정법에 근거하여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구금(Detention)이라고 부른다. 기존 외국인보호제도는 구금 기간의 상한이 없어 무기한 수용이 가능하고, 법원과 같은 독립된 기관의 심사 없이 출입국당국이 구금을 결정 및 연장하며, 당사자의 의견을 들을 절차가 보장되지 않아 2023년 3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이에 작년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에는 구금 기간 상한 설정, 구금 결정과 연장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외국인보호위원회 설치, 구금 연장 심사 시 당사자의 의견진술권 보장이 반영되었다.

[표1] 전국의 외국인보호시설 현황
이 글은 정책집행 관점에서 외국인보호제도를 살펴보고 현장 공무원의 재량에 대한 이해가 제도 개선 논의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제도와 재량
그렇다면 정책집행 연구에서 말하는 재량이란 무엇이며, 왜 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일까. 전통적인 법학에서는 재량을 법률이 미리 규정하지 않은 영역에서 행정기관이 행사하는 권한으로 이해한다. 이 관점에서는 법률이 구체적일수록 재량은 줄어들고, 법률이 충분하지 않을수록 재량은 커진다고 본다.[2] 반면 사회학에서는 재량을 행정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요소로 이해한다.[3] 아무리 상세한 법률이라도 현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미리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은 여러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법률만으로는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항상 명확하게 제시하기 어렵다.[4] 이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개별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재량이라고 한다.
Lipsky는 이러한 사회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일선관료제 이론을 제시하였다.[5] 그는 정책은 법률에 따라 기계적으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직접 만나는 일선 공무원의 판단을 거치면서 실제 운영 방식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외국인보호제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외국인보호제도 역시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하여 운영되지만, 구금 여부와 연장, 외국인보호위원회 운영, 권리 고지 등은 출입국 공무원의 판단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개정 「출입국관리법」이 지향했던 제도의 모습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개정법의 취지와 현장의 운영
개정 「출입국관리법」은 장기 구금을 줄이고, 구금 결정에 대한 독립적인 심사를 강화하며,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구금 기간 상한을 설정하고,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설치했으며, 구금 연장 심사 시 의견진술권을 도입하였다. 사례보고회에서는 이러한 제도들이 시행된 이후의 운영 사례가 소개되었다.[6]
먼저 구금기간 상한이 최대 9개월로 도입되었음에도 난민신청자는 20개월까지 구금을 연장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에 따라 난민 신청자가 여전히 장기간 구금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2026년 4월 1일 기준 9개월 이상 구금된 외국인은 모두 난민 신청자였으며, 이 가운데 81%는 난민 신청 또는 난민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금이 연장되고 있었다. 표2와 같이 화성 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의 보고서에도 난민 신청자의 장기 구금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또한 발표자는 장기간 구금된 상태에서는 난민 심사와 소송을 위한 법률 조력을 하기 어려울뿐더러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며, 난민 면접일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거나 난민 심사 결과 통보가 지연되어 이의신청 기간을 놓치는 등 절차를 진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였다.

[표2] 2025년 화성・청주・여수 외국인보호소 장기구금자의 구금사유 (단위: 건)
(출처 :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wMz68_y6WPPtCt1Mgl04Ethz7a4TdLl3)
결론
2023년 「출입국관리법」 개정은 외국인보호제도의 장기 구금, 구금 심사, 절차적 권리 보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나 사례보고회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법률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그 취지가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법률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도의 실제 모습은 법률뿐 아니라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도 함께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를 곧바로 공무원 개인의 잘못이나 재량의 문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책집행 과정에는 인력, 업무량, 조직 운영 방식, 행정지침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작용하며, 공무원의 재량 역시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재량의 존재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재량이 어떠한 조건에서 어떻게 행사되고, 그 결과 법률의 취지가 실제 운영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의 외국인보호제도 연구는 법률과 제도 설계의 문제를 밝히는 데 집중하였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정책집행 과정에서 현장 공무원이 왜 특정한 판단을 내리게 되는지, 어떠한 조직 환경이 그러한 판단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판단이 왜 난민 장기 구금, 외국인보호위원회의 제한적인 운영, 권리고지 미흡과 같은 결과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 역시 법률을 개정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타나는 경험과 정책집행의 결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것이 다시 제도 개선에 반영되어야 비로소 그 취지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김정덕, « 법무부는 왜 그들을 구금하려 하나 : 아무도 말하지 않는 외국인보호소의 비밀 », 더스쿠프, 2025.
김지림, « “M과 함께한 시간, 앞으로 나아갈 길” –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활동 종료 공유회 – », 월간 복지동향, 2024.
두루, 개정 출입국관리법 시행 1년 사례보고회 자료집, 2026.
마중, 마중 활동보고서, 2025.
심아정, « 외국인보호소와 출입국관리체제의 현재적 계보: ‘비국민’의 시간이 고여 있는 장소, 계류된 삶들을 만나다/듣다 », 황해문화, 2022.
여경수, «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보호제도의 개선방안 », 일감법학, n° 41, 2018, pp. 73-92.
이행선, « 외국인보호소와 인권 그리고 연대-이유, 『당신들의 나라』(2023) », 다문화사회연구, vol. 16, n° 3, 2023, pp. 219-247.
정병진, « 인권의 사각지대, ‘외국인 보호소’ »,시대와민중신학, vol. 8, 2004, pp.302-312.
정지윤, 인권 관점에서 본 한국 난민인정체계의 현황과 쟁점 : 화성외국인보호소 난민신청자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성공회대학교, 2019.
Calavita, Kitty, Inside the State: The Bracero Program, Immigration, and the I.N.S., New York, Routledge, 1992
Davis, Kenneth Culp, Discretionary Justice: A Preliminary Inquiry, Baton Rouge, Louisiana State University Press, 1969.
Dicey, Albert Ven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the Law of the Constitution, London, Liberty/Classics, 1915.
Edelman, Lauren B., « Legal Ambiguity and Symbolic Structures: Organizational Mediation of Civil Rights Law »,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vol. 97, n° 6, 1992.
Lipsky, Michael, Street Level Bureaucracy: Dilemmas of the Individual in Public Services, New York, Russell Sage Foundation, 1980.
Hawkins, Keith, The Uses of Discretion, Oxford, Clarendon Press,1992.
[1] 김정덕 2025; 김지림 2024; 이행선 2023 ; 심아정 2022; 정지윤 2019 ; 여경수 2018 ; 정병진 2004.
[2] Davis 1969; Dicey 1915.
[3]Calavita 1992; Edelman 1992; Hawkins 1992.
[4] Hawkins 1992.
[5] Lipsky, Michael, Street Level Bureaucracy: Dilemmas of the Individual in Public Services, New York, Russell Sage Foundation, 1980.
[6] 두루, 개정 출입국관리법 시행 1년 사례보고회 자료집, 2026년6월16일, https://duroo.org/prism/?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71838177&t=board.
Cover Photo: 화성외국인보호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