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디아스포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크라이나의 디아스포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발표_안드리 하이두츠키 우크라이나 항만청 감독위원회 위원장

글_강지남 국제이주와포용사회 커뮤니케이션 오피서

본 센터는 2022년 상반기 서울대 국제대학원 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제이주 라운드테이블’을 주최했습니다. 총 7회에 걸쳐 개최된 라운드테이블에서 6월 22일 열린 마지막 7회차는 안드리 하이두츠키 우크라이나 항만청 감독위원회 위원장의 특별 온라인 강연으로 진행됐습니다. 경제학 박사인 하이두츠키 위원장은 경제, 금융, 이주 관련 우크라이나 국가기관 및 민간기관에서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또한 타라스 쉐프첸코 키이우국립대 방문교수이자 국가투자진흥원 ‘우크라이나 인베스트’의 고문이기도 합니다. 2003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하이두츠키 위원장은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인의 이주(Ukrainian Migration As a Result of Russian Invasion)’라는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 현실을 전하며 이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국제 사회가 해야 할 과제에 대해 조언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을 공유합니다.

독립 후 반토막 된 우크라이나 인구

출처_안드리 하이두츠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인구는 5200만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규모 국외 이주가 거듭되면서 올해 말 인구는 그 절반 수준인 3000만 명으로 예측되는 상황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국외 이주는 크게 4개 시기로 구분됩니다. 우선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독립 후 시장경제 체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국내 경제가 열악해지면서 300만 명이 국외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2005~2010년 유럽연합 팽창의 영향으로 또 300만 명이 주로 폴란드, 체코 등으로 이주했습니다. 유럽연합에 새로 가입한 동유럽 국가의 국민이 영국, 독일 등으로 옮겨 가자, 이들 국가의 부족해진 일손을 채우러 우크라이나인들이 모국을 떠난 것입니다. 세번째로 2014~2017년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 일부를 점령한 뒤 50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시기는 현재입니다. 올 2월 24일 러시아 침공이 개시된 이후 약 한 달간 육로로 유럽연합으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국민이 300만 명에 달합니다. 올 한 해 본국을 떠나는 우크라이나인은 700만 명 규모로 예측됩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그 주변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동부인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서 점령 영역을 크게 늘렸습니다.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더욱 확장해 러시아에서 크림반도까지 바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러시아의 야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폴란드(115만 명), 체코(78만 명), 불가리아(36만 명), 캐나다(13만 명) 등으로 이주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1200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입국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과수용소’ 통한 강제 이주 심각

우크라이나 국민의 국외 이주가 모두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란 점에서 상황이 심각합니다. 2014년에서 2021년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에 의해 러시아로 강제 이주 조치된 주민이 250만 명에 달합니다. 올해 러시아로 강제이주 되는 우크라이나인 규모는 13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소위 여과수용소(Filtration Camps)를 20개 세웠습니다. 이들 수용소에서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친(親)러시아와 반(反)러시아로 구분하고, 러시아에 충성심을 갖지 않는 우크라이나인을 환경이 열악한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까지 강제이주시키고 있습니다. 이미 120만 명이 여과수용소를 거쳐갔으며, 이 중에는 20만 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습니다.

디아스포라 지원 정책 시급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외로, 또 우크라이나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국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세워야합니다. 저는 우크라이나 이주민들은 크게 4개 그룹으로 구분합니다.

그룹1은 해외로 떠난 이주민 중 일자리를 구했으며 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은 이들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이 모국으로 더 많은 돈을 송금하도록, 또 모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귀국하도록 유인하는 동기 부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룹2는 해외로 떠난 이주민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 이들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당 국가의 정부에 이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주선해줄 것을 요구하는 협상에 나서야 합니다.

그룹3은 실향민이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고, 일자리를 보유했거나 정기적 수입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룹4는 일자리와 정기적 소득을 잃고 국내에 거주하는 이들입니다. 정부는 그룹3이 적극 나설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그룹4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의 발전된 기술과 경제 재건 경험이 큰 도움 될 것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금융 지원은 아직 미약하고 비정상적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만이 약속한 자금을 이행했고, 많은 국가가 약속한 자금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융자(loan) 형태로 자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가 점점 가시화되는 경기침체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국제 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매우 중요합니다. 러시아의 현재 타깃은 우크라이나이지만, 그 다음은 폴란드가 될 수 있습니다. 히틀러의 독일군은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소련 순으로 침공했습니다. 같은 역사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출처_안드리 하이두츠키

저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다방면에서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세 분야로 나누자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복구 지원(Recovery Assistance) △투자 매력도 지원(Investment Attractiveness Assitance) △디아포스라 및 이민자 유치(Diaspora Engagement & Immigrants Attraction)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선 복구 지원으로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피해 자산과 붕괴된 기반시설에 대한 복구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기반시설 재건을 위해 한국의 발전된 공사 장비 및 기계를 지원하고, 민관 공동 개발에 대한 경험을 우크라이나에 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복구 지원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을 높일 것입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매커니즘 개발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 및 기업인을 위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사법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고, 수출 지향 경제 개발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매력도 지원은 우크라이나로의 자본 유입을 증대시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국외 거주 우크라이나인이 본국으로 더 많이 송금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가 본국으로 돌아와 사업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수만 명을 독일 등으로 보내 본국으로 송금하도록 한 한국의 경험은 우크라이나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입니다. 또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해외 이민자 유치를 목표로 한 이민 정책 간소화를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디아스포라 및 이민자 유치 지원은 우크라이나 노동 자원을 증대시키고 인적 자본의 유입을 증가시킬 것입니다.

장기화된 전쟁…우크라이나 재건 시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피해는 1500억 달러(약 194조 원)로 추산됩니다. 최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 복구에 최대 1조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로부터 모든 영토로 되찾기 위해 싸우기로 결정함으로써 전쟁이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쟁 초기에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모국을 떠났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게 현실입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통화 가치가 급락해 낮은 급여 수준이 더 낮아진 것도 현재 진행되는 디아스포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려면 국가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국외 이주민과 해외 투자자에게 우크라이나에 송금하고 투자할 동기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안드리 하이두츠키

  • 우크라이나 항만청 감독위원회 위원장
    (Chairman of the Supervisory Board of the Ukrainian Sea Ports Authority)
  • 우크라이나 국가투자진흥기관 ‘우크라이나 인베스트’ 고문
    (Advisor to the State Investment Promotion Agency ‘Ukraine Invest’)
  • 타라스 쉐프첸코 키이우국립대 방문교수
    (Visiting Professor at Taras Shevchenko National University of Kyiv)
  •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경영학 석사
    (MBA degree from the KDI School of Public Policy and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