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Transitions and Changes in Values Toward a Post-Industrial Society

Social Transitions and Changes in Values Toward a Post-Industria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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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4. 02  |  KI-SOO EUN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1) 노동시장에서의 취업과 실업, 교육, 주택, 성차별적 노동시장, 돌봄공백 등의 사회 경제적 요인, 2) 전통적 가족규범의 지속, 청년층의 인식 변화 등의 문화 가치적 요인, 3) 인구학적 경로 등으로 파악하고 있다. 저출산에 소위 가치관의 변화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출산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치관 분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치관의 측면에서 청년층의 인식은 변하는데, 왜 전통적 가족규범은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가족규범은 무엇이고, 가족가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가족규범을 포함한 가족가치는 사회의 변화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가. 이런 문제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가족에 관련된 여러 가치관의 변화에만 주목하면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파악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가족가치를 포함한 거시적인 가치관의 변동에 주목해야한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s)를 통해서 근대화로 표현되는 거시적인 사회변동의 핵심을 가치관을 포함한 문화변동으로 파악한 잉글하트(Inglehart, R.)의 주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잉글하트는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변화한 소위 근대화 과정에서, 사회의 변동을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변화,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의 변화 등 두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가치관은 전통적 가치관에서 세속적·합리적 가치관으로의 변화, 생존가치관에서 자기표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변화 등으로 변한다고 주장한다(Inglehart & Welzel, 2005). 잉글하트의 주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진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거시적 가치관의 변동이기 때문에, 모든 사회에서 동일한 속도와 방향으로 잉글하트가 주장하는 방식으로 가치관변동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국은 경제성장과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존재하면서, 소위 물질적 가치관(materialist value)이 탈물질적 가치관(post-materialist value)보다 여전히 강한 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글하트가 주장하듯이, 한국사회에서도 사회변동의 중요한 한 축은 가치관의 변동을 포함하는 문화변동이다.

잉글하트의 가치관변동과 궤를 같이하는 인구변천이론은 레스따게가 주장하는 제2의 인구변천이론(The Second Demographic Transition Theory)이다(Lesthaeghe, 2010). 출산력과 사망력의 변천을 넘어서, 결혼, 이혼, 동거, 혼외출산 등 사랑과 결혼 등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가치관과 행위의 변화를 담은 제2의 인구변천이론은 한국의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이루어진 저출산을 이해하는 중요한 이론으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레스따게는 서구사회에서 시작된 제2의 인구변천이 한국, 일본 등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사회에서도 발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2의 인구변천이론의 핵심 변동 분야인 동거와 혼외출산은 동아시아사회에서 여전히 상대적으로 덜 관찰되고, 가치관조사에서도 동거와 혼외출산에 대해 수용적인 입장보다는 부정적인 입장이 여전히 강해, 제2의 인구변천이론이 한국사회에 얼마나 적합한지 아직도 불확실하다.

가치관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잉글하트와 레스따게의 문화변동이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치관변동을 직접 다루고 있는 잉글하트와 레스따게의 이론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 변동하면서 이루어지는 생애과정(life course)의 변화를 이해해야만 저출산 및 가족가치의 변동을 포함한 가치관변동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1차산업 위주의 농경사회에서 소위 산업화를 통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2차산업 위주의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개인의 생애과정은 표준화(standardization)의 과정을 밟았다. 의무교육이 도입되고 아동노동이 금지되면서, 개인의 생애과정에서 교육은 핵심적인 생애과정이 되었다. 그래서 교육-노동-결혼으로 이어지는 표준화된 생애과정이 확립되었고, 이에 따라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는 학교교육을 마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결혼으로 이행하는 표준화된 성인기로의 이행(transition to adulthood)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표준화된 생애과정이 지배적일 때에는 교육을 마치고 결혼 전에 안정된 직장을 확보한 후 결혼에 이르는, 일종의 결혼에 이르는 생애과정의 순서(order)에 관한 규범이 있었다. 이 생애과정에서 결혼에 적합한 연령, 즉 연령규범도 강하게 존재하였다. 한국사회에서 순서규범과 연령규범 중 어느 규범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지 분석한 기존 연구에서는 순서규범보다 연령규범이 더 강한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었다(은기수, 1995). 그러나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포함한 3차산업 위주의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개인의 생애과정은 탈표준화(de-standardization)의 과정으로 이행하고 있다(Brückner & Mayer, 2005). 이는 절대적인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 포스트모던적인 사고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교육-노동-결혼으로 이어지는 표준화된 생애과정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고, 이 생애과정은 개인에 따라 혹은 사회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될 수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생애과정이 전혀 “비정상적”이지 않고,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이 또한 매우 “정상적”인 생애과정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과 연관시켜 생각해 본다면, 교육-노동으로 이어지는 생애과정 후,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굳이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통한 결합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혼에 이르는 순서규범도 영향력을 상실해 갈 수밖에 없고, 소위 결혼적령기라는 연령규범 또한 약화된다. 생애과정의 측면에서 한국사회도 이처럼 탈표준화된 생애과정이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는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고 있는데, 여전히 “전통적이고 억압적인” 가족규범은 교육-노동-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순서규범에 입각한 표준화된 생애과정을 “정상적”인 생애과정으로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현실과 가치관의 괴리가 발생하고, 세대 간 생애과정에 관한 괴리가 심화된다. 산업화사회에서 표준화된 생애과정에 따라 성인기로 이행했던 세대와, 1997년 이후 아시아 경제 위기를 거쳐 탈산업사회에서 점차 탈표준화되어 가는 생애과정에 따라 성인기로 이행하는 세대 사이에는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가치와 태도에 커다란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미 성인기로의 이행을 마친 장년층 세대와 이제 성인기로 이행하는 젊은 성인층 세대 사이, 그리고 아직도 교육-노동의 이행을 마치지 않은 젊은 청년층 세대 사이에는 생애과정에 대한 가치와 태도가 다르고, 성인기로 이행하는 생애 연쇄(sequence)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젊은 성인들이 여러 사회 경제적 요인의 영향 속에서 결혼 및 출산으로 이행을 회피하고 있어, 저출산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탈표준화된 생애과정은 가족모형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근대산업사회에서 표준적인 가족모형은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형(Male Breadwinner Family Model)”이다(Lewis, 2001). 여기엔 근대의 젠더위계질서(gender stratification) 및 젠더역할이 투영되어 있다(McDonald, 2000). 여성에 비해 남성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고, 남성은 노동시장, 여성은 가정이라는 이분법적인 젠더역할이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형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성인-노동자 가족모형(Adult-Worker Family Model)”이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형을 대체하고 있다(Giullari & Lewis, 2005).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에 관계없이 성인이라면 다 노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시장에서 얻은 소득을 통해 가족의 생계에 기여하는 것이 당연한 가족모형이 후기산업사회의 지배적인 가족모형의 위치를 획득하고 있다.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한 한국사회에서도 남성생계부양자 가족모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에게도 성인-노동자 가족모형이 당연한 가족모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성인-노동자 가족모형이 여러 사회제도 및 가치관과 부합하는 가족모형이 되기 위해서는 돌봄이 해결되어야 한다. 여전히 남성은 노동시장, 여성은 가정이라는 젠더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성이 돌봄의 주체로 설정되면, 성인-노동자 가족모형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공식 부문에서는 성평등이 증가하여도 사적인 영역에서는 여전히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McDonald, 2000), 가족 내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돌봄이 공유되지 않으면, 성인-노동자 가족모형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게 된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가치관이라는 문화적 요인을 적시하고, 저출산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치관의 분석이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치관을 포함한 문화변동은 후기산업사회의 변동을 이해하는 핵심의제이다. 그런데 가치관을 올바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변동 특성을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개인의 생애과정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를 이해해야 하며, 아울러 개인의 생애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젠더위계질서, 젠더역할 그리고 후기산업사회의 가족모형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가치관 분석이 이루어져야만 가치관을 분석하는 의의가 정당화될 수 있고,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한 저출산·고령사회의 인구학적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올바른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은기수. (1995). “결혼으로 이행에 있어서 연령규범과 순서규범”. 『한국인구학』, 18(1): 89-117.

Brückner, Hannah, and Karl Ulrich Mayer. (2005). “De-standardization of the Life Course: What It Might Mean? And If It Means Anything, Whether It Actually Took Place?”. Advances in Life Course Research, 9, 27-53.

Giullari, Susy, and Jane Lewis. (2005). “The Adult Worker Model Family, Gender Equality and Care”. Social Policy and Development Programme Paper Number 9. United Nations Research Institute for Social Development.

Inglehart, Ronald and Christian Welzel. (2005). Modernization, Cultural Change, and Democracy. The Human Development Seque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Lesthaeghe, Ron. (2010). “The Unfolding Story of the Second Demographic Transition”. Population and Development Review, 36(2): 211-251.

Lewis, Jane. (2001). “The Decline of the Male Breadwinner Model: Implications for Work and Care”. Social Politics, 8(2): 152-169.

McDonald, Peter. (2000). “Gender Equity in Theories of Fertility Transition”. Population and Development Review, 26(3): 427-439.


Ki-Soo Eun는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며,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