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은 가격 대비 가치를 최대화하고 있는가?

사회서비스원은 가격 대비 가치를 최대화하고 있는가?

/사회서비스원은 가격 대비 가치를 최대화하고 있는가?

2020. 10.  |  윤나영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민간서비스 시장은 이용자의 욕구에 대응하여 사회서비스 공급량을 큰 폭으로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는 호출형 시급제 급로계약 방식으로 고용되는 등 사회서비스 산업에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의 일자리가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영세한 서비스 공급자들이 사회서비스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서비스 질이 하락하는 문제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시장에 공공성을 강화하여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사회서비스원은 지자체로부터 국공립 서비스 제공기관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아동돌봄, 장기요양, 노인 돌봄, 장애인활동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재가센터를 신규로 설립하여 다양한 재가서비스를 공공부문이 직접 제공한다. 그 결과,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민간 요양센터 노인요양보호사 등 돌봄 제공자들을 직접 고용하게 된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및 운영의 법적 근거가 되는 법률은 2018년 5월에 발의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의 통과는 아직 이행되지 못하였으나 2019년 보건복지부의 서울, 경기, 대구, 경남지역 시범사업의 운영으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추진된 지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처우와 서비스 질의 개선에 어느 정도의 진척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네 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를 출범했고, 가장 빠르게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생활임금을 기반으로 한 월급제를 추진하였고, 신규 고용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고용의 양적, 질적인 확대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이후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올해만 해도 290억 원을 예산으로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한 서울시의 재정적 여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일례로, 지난 9월 부산광역시는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잠정 중단한다는 입장을 내보인 바 있었다. 이후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재결정하였으나, 이는 사회서비스원 설립 과정에 지역 간 재정 부담의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역 간 차이 이외에도, 기관 내부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근거를 담은 법률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재가센터 등이 생활임금 기반의 월급제 및 직접고용의 비용을 일정량 부담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서비스원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사회서비스원 종사자들의 소득이나 근로시간이 이전 일자리에 비해 더 좋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반적인 고용 안정성과 사회보험가입률 등 일자리의 질적인 측면이 다소 향상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질적인 측면의 향상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은 해당 설문조사 결과가 사회서비스원에 소속되어 있는 종사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서, 지역 간 종사자의 인식 차이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노조에서 “서울시는 550명 가량의 종사자를 100% 정원 내 정규직으로 채용한 반면, 경기도는 75% 가량이 비정규직”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경기도사회서비스원 종사자의 처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앞서 언급한 지자체 간 재정부담 정도의 차이가 사회서비스원 종사자의 고용의 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사회서비스원은 현재 시행 초기 단계로 아직 그 성과를 재단하기에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국정 과제라는 명목 하에 하향식 접근(Top-Down Approach)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정책의 집행은 각 지자체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각 지자체가 선행하고 있는 타당성 연구용역 또한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모든 정책 시행은 구매효율성(Value for Money)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사회서비스원 정책이 이러한 가격 대비 가치를 최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Reference

▪ 남인순, 금태섭, 박광온, 기동민, 인재근, 서형수, 김상희, 한정애, 권미혁, 정춘숙, 이용득. (2018).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2020). 2020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사례발표회 발표자료.

▪ 이승호, 박찬임, 양난주. (2019). 사회서비스 활성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

▪ 이승호, 양난주. (2020).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의 고용성과 진단: 서울시 종합재가센터 사례를 중심으로. 노동리뷰, 99-111.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00715010003502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91724601

▪ https://wspaper.org/article/24322

▪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91724601


윤나영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돌봄인턴으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