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교실 논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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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3. 19  |  EUNHYE KANG

새학기의 계절인 3월이 왔습니다. 새로운 교실과 새로운 만남으로 기대에 찬 아이들의 마음이 마스크 밖으로까지 새어 나오는 듯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배웅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복잡해 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에 아이들이 등교한 일수는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었는데, 올해도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악화되 휴교 조치가 다시 이루어질지 모릅니다. 봄은 오고 있지만 부모들은 아직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습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학교를 비롯한 어린이집, 유치원 등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많은 기관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긴급돌봄교실이 꾸려지기는 했지만, 맞벌이 가정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도 그리 나은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을 때에도 돌봄 공백은 맞벌이 부부도 여김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과제였습니다. 오후에 운영된 기존의 초등 돌봄교실은 학기 시작 전에 이미 추첨을 통해 이용 대상자가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운영되던 돌봄교실도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활동의 대부분이 제한된 채 아이들은 오후 시간을 떼웠습니다. 돌봄 없는 돌봄 교실은 코로나19 동안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공적돌봄시스템은 코로나19 라는 범세계적 재난 위기 속에서 그 미흡함이 드러났습니다. 해마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돌봄교실 추첨, 이번에는 그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2020년 11월 6일 전국의 초등 돌봄교사들이 집단 파업을 강행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1,700여명의 돌봄전담사들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동조합, 이하 학비연대)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앞에서 파업대회를 열었고, 전체 돌봄전담사 약 1만 2,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6,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늘어난 가정보육으로 많은 부모들이 매일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고 있는 가운데, 돌봄전담사들의 이와 같은 파업은 초등 돌봄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돌봄전담사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년 6월과 8월에 초등돌봄에 대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온종일 돌봄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는데, 이 중에서 특히 초등 돌봄교실을 지자체에 이관해 운영한다라는 내용을 두고 교원단체와 학비연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학비연대는 이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들은 학교가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에 이관하면, 지자체 여건에 따라 예산과 운영 방식에 큰 격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민간에 위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리도 어려워지고 결국 돌봄의 질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아이들은 학교 안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며, 돌봄도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돌봄전담사의 정규직화 등 고용 안정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교원단체는 이에 대해 교육은 학교가, 돌봄은 사회가 나눠서 – 라고 주장합니다. 학교가 돌봄까지 맡게 될 경우 본업인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돌봄은 중앙정부와 함께 지방정부인 지자체가 운영하는게 맞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입니다. 수업 진행에 수반되는 행정 업무도 많은데, 이들 손에 돌봄교실과 관련된 행정 처리도 쥐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돌봄 교실을 지자체에서 운영해야 돌봄의 질이 더 보장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돌봄은 교육복지이며 공적시스템인 학교 안에서 이는 가장 잘 실현될 수 있으므로 학교가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돌봄전담사들이 학교 교사들과 동등하게 정규직을 갖고 싶어 개인의 이득만 내세우는 것이라고 여기는 따가운 시선도 존재합니다. 어느 방향으로든 부모들은 자녀가 더욱 질 좋은 돌봄/교육을 받으며 안전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한마음인데, 책임 소지에 따르는 과도한 행정 업무 부담, 돌봄교사와 수업의 질적 향상에 대한 요구, 예산 문제 등등 풀어야 할 숙제가 꽤 많아 보입니다.

공교육과 공보육이 닿지 못하는 부분은 가족, 특히 여성들에 의해 대부분 메꿔져 왔습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둘째를 낳아서 육아 휴직해야 한다 라는 말은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어 있는, 초등 돌봄의 어려움과 함께 가족 돌봄 책임이 아이가 커가면서 오히려 더 가중되는 현실에 대한 미약한 개인의 대처법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출생아를 둔 부모가 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사용한 시기는 아이가 만 0세인 경우 (59.6%) 다음으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대 (만 6~7세: 14.2%) 라고 합니다.[1] 이와 같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전업주부에게도, 맞벌이 엄마에게도 출산 이후 제2차 돌봄 전쟁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학령 전기 어린이집/유치원에서 대략 오후 4시 정도까지는 돌봄을 받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오후 1시 전에 모든 수업을 마치고 귀가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가정의 아이들도 추첨을 통해 일부만 돌봐주겠다고 합니다. 학원 뺑뺑이는 아이의 학습 성취를 위한 투자가 아닌 공백을 채우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됐습니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아이들은 정말로 더 이상 돌봄이 필요 없어지는 상태가 되는 것일까요?

이번 갈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작년 11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노조 측이 돌봄 주체가 지자체로 이관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으며, 온종일돌봄법은 지역 수요에 따라 지자체가 책임 있게 돌봄을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답변했습니다. 노조와 교원단체, 그리고 시도교육감 협의회 제안들을 협의해 중장기 계획을 모색할 것이며, 지난 달 2월에 열린 사회장관회의에서는 지자체-학교 협력돌봄 모델인 ‘학교돌봄터 사업’을 통해 돌봄교실을 대거 확충하고 오후 1시~5시인 현재 돌봄 교실 운영 시간도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학비연대와 교원단체, 그리고 지자체가 충분히 협의한 후 이루어진 계획인지 의문이 드는 가운데, 당장 올해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부모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해외에서는 초등 돌봄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의 하루 평균 수업 시간은 5.5시간, 미국과 캐나다는 4.9시간인데 비해 한국은 1, 2학년의 경우 2.93시간, 3, 4학년 3.47시간, 5,6학년 3.87시간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교육시간이 매우 짧다고 합니다.[2]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유럽은 2000년대부터 초등학교 전일제 수업을 확대했고, 초등학교 전 학년에게 돌봄 프로그램이 제공되는데요. 운영 주체는 학교, 지자체, 위탁 기관 등 다양합니다. 5시 이후까지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아이 대 교사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입니다. 한국의 사회서비스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확대되어왔는데, 운영 방식과 서비스의 질이 기관마다 천차만별 해 위탁 운영에 대한 불신을 키웠습니다.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는 입장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돌봄교실을 재정비하는데 있어 운영 주체에 관계없이 정부의 책임감 있는 관리자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해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인상깊었던 것은 초등 돌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교육부는 교육법(Education Act)을 통해 초등학교 돌봄 프로그램의 제공을 의무화시켰습니다.[3] 그리고 교육부가 제시한 교육 목표를 실천하는 것을 골자로 하여 학생들의 심신 발달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로 수업을 채웁니다. 한국에서 초등 돌봄교실은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 활동 증가와 함께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면서 2004년에 처음 도입됐습니다. 그 이후 지난 15년 간 돌봄교실은 전국으로 확대되었지만, 돌봄교실을 둘러싼 여러 문제는 관련된 근거법 하나 없이 개선되지 않은 채 매 년 같은 논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를 가지고 문제를 푸는 활동만이 교육은 아닐 것입니다. 돌봄과 교육은 지식 함양뿐만 아니라 사회성 등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통계청에서 5년마다 수행하는 생활시간조사를 살펴보면, 아이 돌보기로 분류된 활동 중에는 공부 가르치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아이를 씻기고 놀아주는 과정에서도 교육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돌봄과 교육은 이를 주는 자와 받는 자 간의 상호작용이며, 그 혜택이 양쪽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삶을 지탱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활동입니다.

여성들의 직업에 대한 열망과 개인의 일-삶의 균형에 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현재, 정부는 부모 모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부모와 아이들, 그리고 교사와 돌봄전담사 모든 이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책임 있게 초등 돌봄문제를 이행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돌봄교실수를 늘리고 운영 주체를 결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의 목표와 범위를 정확히 설정해 돌봄교실이 운영되는 모든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0.84라는 역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한 한국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초등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저출산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데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1] 통계청 (2020.12.22). 2019년 육아휴직통계 결과 참고자료.

[2] 백경선 외 (2013). 교육과정 편제 및 수업시수에 대한 국제 비교 연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3] 유지연(캐나다통신원) (2019.04.24). 캐나다의 정규수업 전후 초등학생 돌봄 현황.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 정종훈 (2018.04.05). “독일, 프랑스 ‘초딩’, 오후 4시 넘어 학교에서 뛰노는 이유는.” 중앙일보.


강은혜는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